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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만해야 되지 않겠니?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6.10.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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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탄생시키는 개발사, 그 게임을 소비자들에게 배급하는 퍼블리셔. 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형성과 함께 생겨난 이 둘은 시장의 필요성에 의해 지금까지 파트너쉽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의 생리상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개발사들과 퍼블리셔들의 불협화음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규모상 약자라 할 수 있는 개발사는 자식을 퍼블리셔에게 믿고 맡겼지만, 퍼블리셔의 운영미숙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락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이젠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영)에서 서비스 중인 ‘시공찬가’가 대표적인 예.

‘시공찬가’는 당초 ‘데코온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된 MMORPG이다. 지난 해 5월 이젠엔터테인먼트는 ‘데코온라인’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그 해 11월 오픈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젠엔터테인먼트의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문제는 오픈베타 이후 두 달이 지난 올해 1월 발생됐다. 바로 ‘데코온라인’의 DB(데이터베이스)를 백업해 놓지 않은 상태로 점검을 실시하다 결국 모든 DB를 송두리째 날려 버린 것. 개발사인 락소프트는 부랴부랴 복구에 나섰지만 100%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인지라 100% 복구는 애당초 무리였던 것.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보통 대부분의 퍼블리셔들은 일주일, 조심스러운 곳은 하루에 한번씩 서버의 DB를 백업해 놓고 있다”며 “오픈베타를 실시한지 두 달이 지난 상태에서도 백업을 해놓지 않는 소홀함은 현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의아함을 전했다. 결국 오픈베타 이후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초기화라는 쓰나미로 인해 ‘데코온라인’은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더욱이 이젠엔터테인먼트는 자체적으로 개발중인 ‘건틀렛 온라인’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진행해 ‘데코온라인’은 서자 취급을 받으며 서비스됐다. 하지만 ‘건틀렛 온라인’은 현재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에 이젠엔터테인먼트가 꺼내든 카드는 ‘네이밍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것이었다. 새로운 게임이라는 인식을 유저들에게 심어주고자 ‘데코온라인’에서 ‘시공찬가’로 개명을 실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번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게임임을 부각시키고자 기존 유저들의 모든 정보를 단숨에 초기화 해버린 것. 더욱이 유저들에게 보상으로 내놓은 것은 ‘기간제 아이템’. 유저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몇 개월 동안 애지중지 키워오던 자신의 캐릭터가 일방적인 공지를 통해 사라졌다면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 굳이 초기화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서버를 오픈하는 방법도 있었을 터인데 무리수를 둔 이젠엔터테인먼트의 방침이 의아할 뿐이다. 이에 이젠엔터테인먼트에 문의를 해봤지만 현 시점(10월 13일 16시45분)까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젠엔터테인먼트의 운영미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네이밍 리뉴얼’이라는 과감(?)한 결단까지 내리며, 재도약을 노린 ‘시공찬가’에 그 흔한 해킹보안프로그램 하나 설치하지 않은 것.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중 오픈베타에 돌입한 지 1년이 되어가는 게임 중 보안프로그램이 없는 게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악용한 유저들이 없을리 만무하다. 때문에 한때 ‘시공찬가’에는 스피드핵이 난무했으며, 지금도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안프로그램 전문업체 잉카인터넷 관계자는 “클로즈드베타 테스트와는 달리 모두에게 코드가 공개되는 오픈베타에는 보안 위험성으로 인해 해킹보안프로그램이 필수이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코드가 공개되기 때문에 오픈베타 이후에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이전에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크랙커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오픈베타 테스트때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를 무방비 상태로 물가에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혔다.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퍼블리셔의 정책으로 ‘시공찬가’의 국내 성적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개발사인 락소프트는 ‘시공찬가’의 해외판권을 소유하고 있어 일본 및 인도네시아에 서비스를 실시해 회사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의 탄탄한 기반이 되어야 할 국내를 버린 개발사의 심정은 부모를 잃은 자식의 심정이리라. 퍼블리셔의 무지함 때문에 개발자들의 피와 땀이 얼룩진 게임이 빛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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