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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오락실, 폭력성에 물든다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6.11.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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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게임물에 대한 심의 정책을 발표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앞으로의 실적은 뒤로 하더라도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실 기존 게임심의를 관장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존재에 불과했기 때문. 영화, 음반, 게임 등에 관한 심의를 총괄하다 보니,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심의보다는 겉핥기 식의 운영이 태반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였다. 반면, 영화, 음반 등에 관해서는 심의가 관대한 편이었으나, 게임 분야는 예외였다. 특히 온라인 게임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엄격했다. 유독 타 플랫폼에 비해 온라인 게임 분야가 더욱 심의가 엄격했을 뿐만 아니라, 주먹구구식의 정책을 통해 명확한 잣대 없이 이뤄진 심의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의 심의에 있어서 기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총, 칼, 무기, 선혈 등이 게임 내 들어있거나, 선정성, 폭력성 등이 기준치 이상을 넘어서면 최소 15세 이상 이용가능 판정을 내려왔다. 또, 캐릭터가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면 심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업체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보여주기 위한 게임성을 준비하기에 이르렀고, 기존 기획을 흐리는 게임성이 나오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은 게임센터, 즉 오락실은 어떠한가. 물론 예전 90년대에 비해 오락실의 수가 많이 줄어들고, PC방에 더욱 많은 청소년들이 몰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락실은 청소년들의 놀이터임에 분명하고, 아무런 제재 없이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왜 오락실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릴 적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은 대전 게임에 목숨을 걸 정도로 열광했었다. 지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10세에서 15세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바로 대전 격투이다. 문제는 오락실에 들어가는 대전 액션 장르의 아케이드 게임들이 온라인 게임의 심의 잣대와는 달리 폭력성과 선정성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격투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듯 선혈이 낭자함은 물론이고, 총칼은 기본이다. 더욱이 칼로 상대방을 내려치거나 목숨을 앗아가는 장면들까지도 리얼하게 표현돼 그 폭력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면 모 격투 대전 온라인 게임의 심의 당시에는 총칼이 리얼하게 삽입돼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무기류는 모두 음식으로 바뀌는 헤프닝도 발생했었다. 이를 미뤄볼 때 아케이드 게임기에 대한 심의는 관대하다 못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 게임시장이라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아케이드 게임들 역시 싱글플레이가 아닌 멀티플레이가 가능함에 따라 보다 많은 이들과 게임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온라인 게임과 거의 동일하다. 또한 오락실에 출입하는 유저들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혹은 학교 앞 문방구 앞에 아케이드 게임기들이 등장하고 있어 심의의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부분만 가지를 쳐내고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게임물등급위원회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정부기관 산하로서 단순히 게임을 분류하고 심사하기 보다는 아직까지 팽배해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바꾸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기존 잘못된 점과 수정해야 될 점 등은 지난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함께 훌훌 털어버리고, 진정으로 게임업계의 발전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지원 및 육성할 수 있는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새 부대’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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