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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문헌터스, 이민 간 소년이 되살린 ‘잊혀진 게임의 기억’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5.09.25 11:29
  • 수정 2015.09.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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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캐릭터 중 하나로 시나리오 풀어 나가는 액션 RPG 
- 2016년 상반기 스팀, PS4 통해 출시 예정

 

‘4명이 나란히 앉아서 플레이 하는 게임’이라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던전 앤 드래곤:쉐도우 오브 미스타라’를 이야기 한다. 1996년도에 출시된 이 작품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4인 플레이의 최고봉에 올라 있는 게임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간 이런 형태의 게임에 도전하는 작품들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잊혀진 재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잊혀저가는 듯 했던 이 장르에 신작 인디게임이 출사표를 던졌다. 캐나다 교포 출신 개발자 김종우 씨가 제작한 ‘문 헌터스’가 주인공이다.

 

"여기 세분 더 받을 수 있어요"
한 남자가 크게 소리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줄을 지어 게임을 관전하고 차례를 기다린다. 네 명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더든다. 스킬! 스킬!! 딜! 딜!! 어느새 세명이 죽고 한 사람이 남았다. 놀랄만한 반응 속도로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몬스터를 공략한다. 쏘고, 뛰고, 쏘고, 뛰고 하다가 결국 죽고야 말았다. “정말 잘하시네요!” 개발자가 환하게 웃는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근질거려 참을 수 없다. 그러나 앞 줄에만 벌써 몇명이 서 있다. 어쩔수 없다.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간다. 점심시간쯤 되니 자리가 난다. 그가 언제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끝까지 그는 게임을 전시한다. 슬쩍 옆자리에 앉아 또 한번 구경해 본다. “해보시겠어요?” 나를 보면서 밝게 웃는다. 못이기는 척 앉는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점심시간의 위력이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개발자가 슬쩍 온다. 같이 게임을 플레이 한다. “이 게임 참 재미있어요” 그도 같이 웃는다. 누구도 내가 기자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다행이다.

 

특색있는 캐릭터 선택해 플레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시나리오들이 흘러 나온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소재로한 이 게임은 사라진 달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내 캐릭터 창이 뜨고 5개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중 드루이드를 선택해 첫 플레이를 시작했다. 주요 기능중 하나가 변신이었는데, 늑대로 변신해 빠르게 움직이면서 치고 빠지기 공격이 가능했다. 변신 전에는 원거리 마법으로 적들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빠르게 변신하면서 맵 상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을 먹고, 다시 변신을 풀고 원거리 공격을 하면서 플레이를 맞춰 나간다.
옆에 앉은 개발자는 마법사를 선택했다. 불을 뿜는 이 마법사는 원거리에서 어마어마한 마법들을 직선 방향으로 쏴댔다. 그가 마법을 쓰는 순간 몬스터들이 녹아 버린다. 덕분에 신나게 맵을 돌아다니며 엉뚱한 짓을 할 수 있었다. 나무를 쳐서 과일을 얻기도 하고, ‘도와달라’는 NPC를 버리고 엉뚱한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김종우 씨 얼굴이 금새 어두워진다.

팀원들을 위해 요리를?
신나게 트롤링을 하는 사아 옆에 앉은 개발자가 게임을 클리어 하자 하루가 지난다. 게임 상에서는 캠프가 차려진다. 캠프 내에서 게임하는 동안 얻은 재료들을 기반으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끊임 없이 트롤링을 한 덕에 재료가 많았다. 가급적이면 오랫동안 트롤링을 해야 겠기에 체력을 선택한다. 서로 음식을 나눠먹고 자리에 눕는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체력이 늘어 있다. 이제 함께 모험을 떠날 차례다. 이번 맵에서는 이상하게 적들이 거의 없다. 오로지 채집을 위한 맵인 듯하다. 아무래도 전투 위주의 플레이를 배제하다 보니 인공지능에서 유저들을 위한 맵을 선택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모든 맵들은 로딩할때 생성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개발자도 이 맵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략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 얼마 지나지 않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어떤 이유에서 등장했다고 말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늑대로 변해서 부딪혀 본다. 약하다. 멍하니 트롤링을 하다 보니 옆 개발자가 보스 몬스터를 다 때려잡고선 기자에게 막타를 칠 것을 요구한다. 못이기는 척 막타를 치고 뒤에 쭉 늘어선 시연자들에게 패드를 넘긴다.

 

2016년 인디게임 ‘기대작 낙점’
사실 ‘문헌터스’는 이미 지난 2014년 1월에 스퀘어 에닉스로부터 퍼블리싱 제안을 받은 게임이다. 이후 킥스타터를 통해 사전 판매만 20만달러(한화 2억 3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키도 했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의 신화를 만들어가라는 취지에서 개발된 RPG로 맵을 진행해 나가면서 NPC들을 돕고 명성을 쌓아나가면서 최고의 모험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유저는 사라진 달을 찾을 때까지 모험을 계속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모든 요소가 랜덤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는 맛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점은 멀티 플레이. 각기 다른 4명의 유저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플레이 해 나가는 것이 게임의 가장 큰 백미다. 요즘 유저들에게 설명하자면 ‘바인딩 오브 아이작’을 4명이서 멀티 플레이한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팀원 4명과 함께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 김종우 씨는 8살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고 한다. 그간 한국에 오지 못하다가 부산인디게임 커넥트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집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고 남다른 기분을 느꼈다. 친절하게 웃어주는 사람들도 너무 기쁠 따름이다.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년 행사에도 당연히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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