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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잇따른 '적과의 동침' 찬반논란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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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업체는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다.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의 경우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본 손해를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임 유통사인 비스코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얼마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호텔 자이언트’를 발매하면서 와레즈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상 번역가들을 영입해 한글화 작업을 벌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 회사가 와레즈 사이트의 대표적인 피해업체 중 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비스코는 그동안 PC게임인 ‘삼국지’가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불법 복제가 횡행하면서 게임 CD에 고성능 보안장치까지 걸었을 정도.

그러나 인건비가 싸면서도 실력도 떨어지지 않는 와레즈 사이트 번역가들을 통해 그동안의 손해를 어느정도 만회했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전략 차원에서 와레즈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출시를 앞두거나 보완이 필요한 게임을 와레즈 사이트에 흘려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 회사측은 이곳에서 나온 결과를 적극 반영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수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와레즈 사이트 운영자 김모씨(28)는 “출시를 앞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제품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거나, 은근히 유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사이트 운영자들은 업체로부터 일정액의 사례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3D 하드고어 온라인게임 ‘프리스트’를 서비스중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와레즈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게재한 케이스. 이 회사는 최근 와레즈 사이트 수십곳에 “남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여자만이 아니다”는 내용의 배너광고를 게재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회사측의 예상 이상이었다.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눈에 띠게 느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목환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업부장은 “와레즈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한지 한달도 안됐지만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며 “마케팅 차원에서 와레즈 사이트를 활용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이어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업 이미지나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와레즈 사이트의 활용을 기피하고 있다”며 “프리스트는 성인용 게임이기 때문에 성인 이용자가 많은 와레즈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

현재 이들 업체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업계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과 반대라는 명확한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반대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반대론자들은 일단 와레즈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와레즈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는 업계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을 지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이들을 비호할 경우 어떻게 해서든 다른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와레즈 사이트의 경우 그동안 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각종 게임이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면서 PC게임 업체의 경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와레즈 사이트를 적극 활용할 경우 그동안의 손실을 어느정도 메울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와레즈 사이트의 전체 방문자수는 현재 1천만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체면이나 외부 외선을 의식해 활용을 망설이고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와레즈 사이트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업체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와레즈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와레즈 사이트를 찾는 곳이 늘면서 업계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와레즈 사이트는 당초 ‘모든 정보를 대가없이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출발을 했다. 와레즈 사이트가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네티즌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저작권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현재는 경찰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서버를 운영할 돈이 없어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와레즈 사이트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성인 와레즈 사이트를 운영하는 소모씨(23)는 “최근 들어 광고를 문의하는 메일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고정 방문자수가 늘면서 배너광고의 링크광고도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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