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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패륜아 ‘악플러’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7.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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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길 잘했다”, “못생긴X 죽은게 차라리 낫다”, “성형하더니 꼴 좋다” 등등…. 故김형은씨와 故이혜련(유니)씨의 미니홈피 등에 달린 악플의 내용이다. 익명성을 보장해 주며 자유로운 의사교환을 유도했던 댓글 시스템이 개인들의 이기주의에 찌들어 살상무기로 까지 커져나가는 가슴 아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전 국민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러들은 얼마 전 가수 유니의 자살에 대한 악플은 물론 이전부터 끊임없이 갖은 만행을 저지르며 인터넷 세상을 더럽혀왔다. 인터넷이 발달함과 동시에 생겨난 병폐인 악성댓글은 이제 장난의 수준을 넘어서 범죄로까지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목적도 없다. 비판도 아니다. 단순한 비방도 아니다. 단지 기사에 대한 목적없는 비방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당사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개념 없는 의사 표현일 뿐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이유도 있다. 자신들의 미니홈피 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타인의 죽음을 악용하는 것.

자신의 일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바라본 타인의 인생, 고통 등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진지 이미 오래다. 타인이 받을 고통이나 피해에 대해서는 눈꼽 만큼의 배려도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안도감과 자신이 우월하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에 사로잡혀 무조건적인 욕설과 비방을 일삼을 뿐이다. 사실 이러한 악플러들의 치졸하기 그지 없는 만행은 이미 인터넷은 물론 게임세상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법의 힘을 빌어 악플러들을 심판하기에 이르렀다. 실례로 지난 해 임수경 씨는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악성 댓글을 올린 사람들을 검찰에 고소, 법적인 처벌을 내렸다. 또한 가수 비, 하리수, 이경실, 김태희 등 여러 유명 연예인들 역시 수수방관하지 않고 악플러들에게 법의 심판을 내리는 적극적인 대응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악플러들에게는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번 故김형은 씨와 故유니 씨의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과 누리꾼들이 악플러에 대한 처벌을 원해 일파만파로 커져나가자 고인들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썼던 유저들은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관련 기사 등에는 악플이 존재하고 있다. ‘설마 내가’ 라는 생각에 지금 이 시간에도 악플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악플러들의 마수는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게임 내에서는 물론 게임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 인터넷의 손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한다. 글을 올린 이들의 성의는 악플러들의 사고 범위를 벗어난다. 관심조차 없다.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미 알고 있다면 곧 바로 공격 대상이 된다. 일반적인 욕설은 물론이고, 게임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건만 교육 수준의 비난을 시작으로 심지어는 부모님에 대한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악플러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앞서 언급한 임수경 씨 사건의 경우 범인들의 신분이 30대와 40대의 직장인들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비록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평상시에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욕설과 유언비어, 비방 등을 일삼는 악플러들. 이제 자정을 원하기에는 너무 썩을대로 썩었고, 고일대로 고였다. 하나의 썩은 사과가 박스 안의 모든 사과를 썩게 만들 듯 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천적으로 발자취나 흔적이 남는 기록 시스템 갖추는 것은 물론 법적인 제한 범위를 보다 확대해 무심코 던진 돌맹이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할 때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악플러들은 이 시대가 낳은 패배자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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