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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여! 엉덩이를 무겁게 하라!?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7.02.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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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일을 하는 직업중 하나인 게임개발자들. 인터넷 및 온라인게임 시장이 지금처럼 거대하지 않았을 무렵, 게임개발자들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그들의 작품, 작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게임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제 이러한 열정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업계 곳곳에서 일고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개발자는 많은데 채용할 만한 인물이 별로 없다”, “개발자가 상전인 시대”, “프로젝트에 책임감 보다는 눈앞의 이익이 우선” 등이 최근 업계에서 일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시선이다. 이러한 문제는 게임산업의 초고속 성장과 더불어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생겨난 폐단 중의 일부.

그러나 단순히 폐단으로 치부하기에는 곪은 상처가 너무도 깊다. 얼마 전 한 게임 개발사는 개발자의 무책임함과 개인 이기주의로 인해 게임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애초 클라이언트 개발을 총괄하기 위해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고 입사한 이 개발자는 약 3개월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물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문제점의 해결은 커녕 개발의 진척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예전 함께 호흡했던 팀원들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발자 충원을 요구했다.

보통 개발사의 경우 하나의 프로젝트에 사운이 걸려있는 만큼 사장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개발자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었지만 그는 6개월의 시간만 허비한 채 다른 곳으로 이직해 버렸다. 이 업체의 사장은 그간의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피눈물을 머금으며 게임개발을 접어야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약 3개월 프로젝트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력서에 ‘00게임 프로젝트 동참’이라고 버젓이 써넣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작, 성공작 게임들의 경우 메인 개발자가 도대체 몇 명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개발자 기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장을 악용하듯 개발자들의 몸값(?)에 거품이 많아졌다는 불만들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우여곡절 끝에 개발자를 채용하면 상사나 대표이사가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설명해줘도 모르지 않느냐, 개발 사정상 스케줄을 연장해야 될 것 같다’ 는 등 횡포 아닌 횡포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한 개발사의 총괄 이사는 “게임의 완성 여부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개발사의 입장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개발자들은 상전 아닌 상전이 되버렸다”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개발자들의 요구 조건을 많은 부분 수용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 개발 도중 이직하더라도 어디 하소연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개발자들이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이직을 결정하는 점 역시 현 게임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전문가들은 꼽는다. 메이저 업체들의 개발사 죽이기는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개발자들이 작품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애정으로 개발사에 입사하는 것이 아닌 메이저 업체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물론 자기 미래에 대한 설계와 더 나은 환경에서의 근무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력, 이력 등을 쌓기 위해 주변인으로서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이러한 개발자들이 아직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장인정신을 갖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게임을 사랑하고, 자식처럼 생각하며 개발에 몰두하는 열정적인 개발자들이 더욱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개천의 물을 흐리듯 몇몇 개발자들로 인해 게임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일까? 초등학생들조차 인지하고 있는 ‘책임감’이라는 단어. 개발자들이 가장 인지해야 할 단어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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