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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인증제, 귀신 아이디 떠돈다!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7.04.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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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천국이라는 말도 이제 옛말이 될 정도로 우리 일상에서 인터넷은 빼놓을 수 없는 컨텐츠 및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약 10여년의 세월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터넷 강국이라 불릴만큼 관련 솔루션 및 컨텐츠들이 넘쳐나는 국내 IT 시장.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개인보호 정책에 대해서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취약하다. 인터넷 회원가입 절차에 있어 일반 대형 검색포털은 물론 아이템거래 사이트, 게임포털에 이르기까지 본인인증 절차의 보안이 매우 허술하다.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가 생략된 사이트들이 대부분인가 하면 간혹 핸드폰 인증을 요구하지만 이 역시 실제 본인이 아니어도 어려움 없이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특히 더욱 큰 문제는 바로 사망자 주민등록번호로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이 가능하다는 것.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실제 본인이 아니더라도 사이트에 회원가입이 가능함에 따라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사망자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물론 아이템베이, 게임포털 등 회원가입을 진행해본 결과 무사통과였다.
이는 단순히 회원가입이 된다는 사실로 머무는 사안이 아니다. 본인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데다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미 고인(古人)이 된 사람들의 신분이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소지가 높다. 포털이나 아이템거래사이트, 게임포털 등은 대부분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결제와 관련된 사항이 빠질 수 없다. 정보이용료는 물론 아이템 결제 부분 등은 이를 악용하는 이들의 타겟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현 사회에 사각지대로 여겨지고 있는 일명 대포 통장과 대포폰만 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인해 문제되고 있는 악플, 성인 동영상 등 인터넷 문화를 저해하는 요소들을 이용 타 사이트에 피해를 주는 사례 역시 발생할 수 있다. 얼마 전 포털에 성인동영상이 장시간 방치돼 있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웃지 못할 해프닝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사망자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제 2, 제 3의 해프닝이 발생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무법천지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국내 MMORPG들의 작업장을 하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스로 작용될 우려도 있어 단순히 포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 한 게임포털 관계자는 “포털의 회원가입이 주민등록 전산망과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망자의 경우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며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신뢰할 수 는 없다. 실제로 3년전 사망자 아이디를 통해 범죄를 저지를 집단이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는 점은 업체 및 정부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아직은 뒷전인 것이 현실이다. 몇몇 사이트들은 공인 인증서, 본인 핸드폰 및 신용 카드 등으로 인증을 요구하며 본인임을 확인한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신규 회원의 진입장벽이 타 사이트에 비해 클 수 밖에 없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본인 인증을 강화시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확실한 방법으로 본인을 인증하기에는 출혈이 너무 큰 것. 특히 정보통신부의 개인정보 보호 윤리 지침이 있지만 이마저도 법적인 효력이 없는 탓에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이미 고인이 되버린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 세상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은 유가족들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더욱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인터넷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이러한 위험 요소들에 대한 업체 및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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