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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당신은 게임을 좋아했나요?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7.05.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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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를 향한 마녀사냥이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으로 또 다시 불거지고 있어 게임업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4월 17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32명이 살해 당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해 전세계 지구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동양인이라는 추정 하에 뉴스가 보도될 당시만 해도 한반도는 그리 떠들썩 하지 않았다. 이튿날 한국인 조승희가 용의자로 밝혀지자 국내 언론들은 앞다퉈 사건의 전모와 경위를 분석하기에 나섰다.
 이에 앞서 조승희 사태가 발생하자 게임업계는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예전부터 이어져온 일부 언론들의 마녀사냥이 게임업계로 불똥이 튈까 우려했던 것. 결국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4월 18일 해외 언론의 기사를 인용해 총기 난사 조승희, 외톨이에 폭력적 게임을 즐겼다라는 헤드카피를 내보냈다. 기사 제목도 제목이지만 내용은 더 가관이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에 관한 내용은 한 단락. “그가 총격 당시 매우 침착했고, 훈련 받은 듯 매우 능숙하게 총기를 다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라 평소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20일 보도에는 또 조승희 사건을 들먹이며 국내 청소년 게이머들 역시 문제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일간지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통해 ‘게임죽이기’에 나섰다. 참으로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훈련을 받은 듯한 능숙함이 게임을 통해서 습득이 된단 말인가. 그러한 사실적인 게임의 등장은 금시초문이건만 일간지에서는 버젓이 기사화되고 있다. 또 기사의 내용만 본다면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조승희와 같은 가능성이 있는 잠재 범죄자가 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언론들이 정확한 취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면 언론들의 인용은 제 각각이다. 어떤 매체에서는 PC게임을 즐겼다고 나오는가 하면 또 어떤 매체에서는 비디오 게임을 평소 즐기며 폭력성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매체에 정확한 게임명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아니 하드웨어 명칭조차 모른다. 게임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대부분 기사들의 근거는 주변인의 증언이다. 외톨이로 방에서 나오지 않았음에도 목격자들의 증언은 이미 사실로 되버린 셈이다. 군인이 탈영한 것도, 학생들이 다투는 이유도 게임 때문이고, 청소년이 무면허 운전을 하는 것도 게임탓이란다. 그러나 정작 긍정적인 측면은 부각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 스포츠 스타나 국위 선양하는 위인들이 게임을 즐긴다면 관련 내용은 쏙 빠진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마녀사냥이란 말인가. 아니면 단지 자신들의 지면을 채우기 위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은 원래 순한 민족이지만 게임 때문에 호전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일까.
 만약 정말로 게임이 범죄를 유발시켰다면, 게임이 없던 시절의 범죄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단지 쌍방향이 가능한 온라인게임의 탓이라고만 할 것인가? 게다가 사실 게임을 즐기며 현실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상태라면 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게임이 아니다 할지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 속에 넣어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초적인 지식과 객관적인 정보 등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모든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물론 희박한 가능성까지 언급해 게임죽이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국내 여론을 리드하는 일간지들의 무분별한 기사 남용은 비단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서도 근절되야 할 병폐”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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