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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오징어 용병 주식회사, ‘전탄 발사’ 연출의 꿈, 모바일게임에 담았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5.10.07 10:45
  • 수정 2015.10.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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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개발자들이 독립해 만든 인디게임 
- 1년 6개월간 쌓아 올린 정성 느껴져

 

명함을 받자 마자 외쳤다. 팬티다. 분명히 팬티다. 스튜디오 팬즈(PANTZ) 소속 강성구, 문귀환 공동대표와의 인터뷰 첫 마디였다. 답변이 가관이다. “이렇게 쉽게 알아챌 줄은 몰랐습니다” 무척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어쩌면 산으로 갈 인터뷰를 미리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마치 놀러온 친구에게 게임을 보여주는 듯 끊임 없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발자라기 보다는 일본 쇼프로에 나오는 만담 개그 콤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한 명은 바보 역할을, 다른 한명은 바보를 지적하면서 웃음을 만들어 내는 개그를 선보이며 끊임 없이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다.

 

이래 뵈도 두 사람은 개발자다. 신작 ‘오징어용병주식회사’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 게임을 출시할 예정으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그들을 만나 오징어용병주식회사 개발 뒷 이야기들을 들어 봤다.

사격 중지! 아군이다!
강성구 대표와 문귀환 대표는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강 대표는 에픽게임즈에서 테크니컬 아티스트를, 문귀한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한 개발자들이다. 그들은 지난해 회사부터 독립해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하고 싶은 게임 만들고 싶어서’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7년의 일이다. 엔트리브 입사 동기로 개발을 처음 시작하면서 친구가 됐다고 한다. 신입 환영회에서 문 대표가 강 대표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만남이 시작됐다고 한다. 타지에 나온 경상도 출신 사회생활 초년생들은 그렇게 외로움을 잊었다.
오랜 기간 동안 게임을 개발했지만 그들은 허무함이 더 컸다고 한다. 잘나가던 TA도, 미래가 촉망받는 애니메이터도 그들에게는 필요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게임 개발을 선택한다.
“뭐 쉽더라고요. 결혼을 포기(?)하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게임 개발을 하면 되겠다 싶었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면서 전우애를 느낀다.

 

전탄 발사의 꿈 담았다
“전투요정 유키카제나 에이스컴뱃과 같은 게임에서 미사일들이 화려하게 날아다니면서 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걸 구현해보고 싶어서 만들어 냈습니다.”
‘오징어 용병 주식회사’는 주인공인 생선(?)이 삼촌 오징어를 찾아가 오징어용병주식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작은 덩치의 생선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큰 생선들을 낚아 올리면서 돈을 벌고 회사를 확장해 다른 용병주식회사들을 무지르고 한 지역을 통째로 지배하는 것이 목표다.
에이스컴뱃이나 유키카제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느낌이 온다.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상대방 생선들을 락온하고 버튼을 터치하는 순간 멀리서 오징어가 날아오면서 ‘콰광’하고 부딪힌다. ‘명중’하면 생선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끝내 폭발(?)한다. 한번에 4~5발 오징어를 쏘면서 펑펑 터지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유키카제나 에이스 컴뱃이라면 창공이나 우주를 날아야할텐데 왜 하필 항구일까. 강 대표는 ‘남들과 다른 게임을 개발하는게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우주도, 함선도 나와있는 현재 게임신에서 독특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오징어’라는 결론이다.

 

한걸음씩 천천히
처음 두 사람은 거대한 몬스터와의 사투를 그리는 RPG를 준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문 대표는 “피흘리는 시체가 여럿 누워있는 고어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오징어 용병 주식회사’와는 엄청난 괴리감이 드는 게임이다. 작은 물고기에 파스텔톤에 마치 한여름 바닷가에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부르는 듯한 BGM, 통통튀는 에임은 피흘리는 시체 여러구간의 간극은 완전히 정반대가 아닌가.
강 대표는 처음부터 무리한 도전을 하는 것 보다 차근차근 연습해 나가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원래 오징어용병주식회사는 2개월만에 완성하려고 생각한 캐주얼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또 생각한 것처럼 되지는 않았습니다. 욕심이 생기고 이것 저것 붙여가면서 내놓다 보니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돼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슈팅 장르로 개발했던 게임이 이제 점령 시스템이 생기고 인공지능을 부여해 상대가 아군에게 쳐들어 오도록 만들고, 영역 다툼을 만들고, 유닛 강화 시스템을 만들고, 스테이지 개념을 만들다 보니 RPG와 슈팅을 퓨전한 혼합 장르가 돼 버린 상황이다. 두 대표는 게임에 대해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테스트 차원에서 개발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마무리는 하고 싶습니다. 다음 작품 개발할 정도까지만 자금이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하드고어 RPG 개발해 낼 것
팬즈의 목표는 하드고어 RPG를 개발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큰 몬스터와 한 용사의 대결을 게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칼 한자루 손에 들고 감당할 수 없는 적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매력적일 겁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몬스터’들과는 완전히 다른, 진짜 ‘몬스터 같은 몬스터’와 싸우는 장면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게임을 말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꿈이라는 것을 본다. 오피스텔에서 서로 팬티만 입고 앉아 티격태격 농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 의지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분명히 그들이라면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게이머들을 두근거리게 만들 몬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베르세르크에 등장하는 가츠가 몬스터를 썰 듯, 그들의 몬스터를 도륙하고픈 사람들로 줄이 서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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