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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속 '이색직업' 등장 백태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9.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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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저녁 9시. L온라인 게임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오프라인 폭력 조직의 난투극을 방불케 하는 패싸움이 온라인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동원된 게이머만도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덕분에 싸움이 벌어진 1서버 용의 계곡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백명 정도로 시작한 싸움은 주변의 구경꾼까지 가세하면서 3백여명까지 불어났다.

여기에 더해 죽은 캐릭터에서 떨어지는 아이템을 주워가려는 얌체 구경꾼까지 설치면서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상 초유의 ‘유혈충돌’을 불러일으킨 싸움의 발단은 뜻밖에도 사소한 영역 다툼. 아이템이 많이 나오는 용의계곡을 일부 혈맹들이 장악하면서 개인 게이머들과 충돌을 빚게된 것.

이날 싸움에 참가했다는 한 게이머는 “혈맹들이 보초까지 서가며 입구를 지키는 바람에 개인 게이머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며 “어떻게 보면 이번 충돌은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눈에 띠는 점은 이날 싸움에 용병들까지 동원됐다는 사실. 용병이란 일정액의 사례를 받고 의뢰인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직업 군인이다. 온라인 게임들이 잇따라 공성전을 도입하면서 생겨난 신종 직업이기도 하다.

그는 “싸움이 거세지면서 응원군으로 용병들이 가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미 공성전과 같은 싸움에서는 용병들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이머들에 따르면 공성전과 같은 대형 전투에서 용병들이 초빙되는 것은 이미 다반사다.

돈을 받고 성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게 이들의 주요 임무. 이들은 강력한 무기와 경험치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일부 게임에서는 용병들끼리 하나의 길드를 형성해 철새처럼 분쟁 지역을 오가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온라인 게임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신종 직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의 특징은 기존의 오프라인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머니의 환율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챙기는 ‘사이버머니 딜러’가 대표적인 예.||아이템 중계사이트를 통해 사이버머니나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변하는 사이버머니의 시세를 이용해 차액을 챙기는 딜러들의 실체는 좀처럼 알려진 것이 없다.

게이머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사이버머니의 시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곳에 가면 주식거래소의 시황판처럼 사이버머니의 시세가 실시간으로 변한다. 때문에 이들은 주식시장의 딜러들처럼 이곳에서 사이버머니를 샀다가 환율이 오르면 되파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긴다.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보모도 인기다. 돈을 받고 일정 레벨까지 캐릭터의 경험치를 키워주는 게 일의 전부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사이버 직업중에 하나다. 특히 사냥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템까지 별도로 챙길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게이머들의 설명이다.

새로운 직업들도 속속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템을 도둑맞았거나 잃어버렸을 때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보험 설계사가 대표적인 예. 이미 일부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보험사와 제휴, 중간에 소실된 아이템을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보험을 선보이고 있다.||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사이버머니 딜러는 자신을 하나의 직업인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그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결혼을 하는 등 게임이 점차 현실과 비슷해지고 있다”며 “우리들도 하나의 전문 직업인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전문 시장이 형성될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W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착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직업의 경우 시장이 형성되면 회사측과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직업들이 게임 호황을 틈타 형성된 암시장으로 판단, 업계의 의욕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약 암시장의 경우 현재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은 암시장은 게임 개발자나 서비스 업체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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