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스투간
[데스크 칼럼] 스투간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5.10.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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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 주말 이틀동안 게임을 만드는 이벤트를 ‘게임잼(Game Jam)’이라고 한다. 고작 48시간동안, 주어진 주제에 따라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야 한다. 게임잼에 참가한 개발자들은 비록 하룻밤을 함께 하지만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보이지 않게 능력이 향상된다.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열리는 ‘게임잼’은 둠(DOOM), 스포어(SPORE) 등으로 유명한 프로그래머 ‘크래스 헤커’가 지난 2002년 처음 제창한 이벤트다.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자유롭게 열리는 게임잼은 인디게임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게임잼의 발전된 형태라고 할까. 북유럽의 게임 개발 강국 스웨덴에는 ‘스투간(Stugan)’이란 게임 개발 합숙 프로그램이 있다. 게임 개발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자들을 스톡홀름 외곽의 농장에 모이게 해 두달간 집중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행사다. 스투간은 스웨덴어로 ‘오두막’이란 뜻이다. 또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1997년에 스웨덴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져 출시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의 이름이 ‘스투간’이다. 자국에선 최초로 만들어진 게임을 추억하며, 당시의 개발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인 셈이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시골 오두막(스투간)에서 학습시키며 게임을 만들어간다. 놀랍게도 2개월간 숙식 비용은 무료라서 오로지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고, 유명한 게임회사들과 개발자들이 십시일반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합숙 두달간 게임만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북유럽의 유명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찾아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강연을 펼치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를 탄생시킨 모장의 ‘젠스베르겐스텐’, 캔디크러시 사가를 만든 ‘알렉산더 에크발’ 등 쟁쟁한 크리에이터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인디 개발자들에게 있어, 흔치 않은 기회가 되기 때문에, 스투간 프로그램의 참가 경쟁도 점차 심해지는 모양이다.
스투간 프로젝트를 처음 착안한 사람은 핀란드 게임사 ‘로비오’의 스톡홀름 스튜디오 책임자 ‘오스카 부르만(Oskar Burman)’이다. 그는 스웨덴 최초의 게임 개발사였던 ‘유니크 디벨로프먼트 스튜디오’의 설립자로 2004년 회사가 도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EA에서 모바일게임 개발 관리자로 경험을 쌓고 2012년 로비오로 이직해 앵그리버드 신화에 동참한다. 게임 개발을 통해 쓴맛, 단맛을 모두 경험한 그는 조국 스웨덴의 미래는 게임 개발에 있다고 판단하고 스투간 프로젝트를 감행한 것이다. 
스투간은 게임잼에 비해 제작 기간이 길고, 참가자들이 만들고 있던 작품을 보완해 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정식 출시까지는 다소 무리지만, 스팀의 그린라이트나 킥스타터에 데모를 공개할 정도의 버전은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특히나 같은 꿈을 가진 동료들과 한적한 시골에서 여름캠프에 온 듯 합숙하며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일은 개발자에게 있어 큰 가치를 지닐 만하다.
이름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지는 빅히트 타이틀인 배틀필드, 마인크래프트, 고트 시뮬레이터 같은 게임이 전부 스웨덴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작지만 탄탄한 개발의 토대가 갖춰진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투간 출신의 인재들이 이제 제 2의 마인크래프트와 배틀필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밤잠을 설친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집중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은 보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성장을 거듭하는 게임이라는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해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과거의 영예에 한껏 취해있는 대한민국은 ‘스투간’을 앞세운 스웨덴과 언제 자리바꿈을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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