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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뇌신경 권위자의 게임중독 '충격보고'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8.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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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세가지로 구분된다. 호흡이나 소화를 관장하는 뇌간을 중심으로 변연계(오래된 피질)와 대뇌피질(새로운 피질)이 감싸고 있다.

변연계의 경우 주로 식욕이나 성욕 등을 관장하기 때문에 하등 동물에게도 있다. 그러나 대뇌피질의 경우 이성이나 창의성, 윤리의식 등을 제어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모리 박사는 대뇌피질의 이마 부분에 해당하는 전두엽 전부피질이 게임 중독과 깊숙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게임의 횟수에 따라 전부피질에서 발생하는 뇌파의 성질도 변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적인 뇌파를 가진 사람들은 α파보다 β파의 수치가 높은데 치매 환자의 경우 β파가 현저히 저하되면서 α파와 β파가 겹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같은 현상이 장기간 게임을 해온 사람들의 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게임 중에 나타나는 뇌파를 기준으로 모리 교수가 분류한 유형은 총 네가지. 게임중에도 β파의 수치가 전혀 떨어지지 않은 ‘노멀형’, β파가 떨어지지만 게임을 중단하면 다시 회복되는 ‘비주얼형’, 게임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α파와 β파가 상존하는 ‘반게임형’, α파가 β파보다 항상 높은 ‘게임형’ 등이다.

노멀형의 경우 보통 게임을 한 적이 없는 ‘모범생 타입’. 비주얼형도 매일 1∼2시간씩 TV나 비디오를 즐기기는 하지만 게임은 하지 않는다. 때문에 뇌파를 분석해본 결과 크게 우려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게임형이나 게임형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주기적으로 게임을 즐겨온 탓에 뇌파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이 경우 보통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감퇴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그는 “게임을 할 때는 본능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이성을 제어하는 전두엽 전두피질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이 경우 본능에 떠밀려 순간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모리 교수는 특히 게임 중독으로 인해 인간의 뇌가 변이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 중독으로 인해 뇌가 변이되고, 변이된 뇌로 인해 게임 중독이 더 심화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같은 현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쉽게 이루어진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뇌신경회로는 10세 이전에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이 시기에 자주 게임을 접하게 되면 뇌가 화상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짜여져 버리기 때문에 중독으로 직행할 소지가 크다. 하고 싶어서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하지 않고는 못배기기 때문에 마우스를 잡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게임을 현실로 착각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자살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증상이 심할 경우 기억 중추에 게임의 경험들이 각인되게 된다”며 “때문에 게임속 장면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심리적 공황에 빠져 비정상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모리 교수는 반게임형과 게임형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드코어 게임을 하도록 한 후 뇌파를 측정해 보았다. 실험이 시작되자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β파가 놀라울 만큼 증가했다.

그는 “오랜 반복학습으로 인해 뇌가 재편된 결과다”며 “이 경우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동반함으로써 뇌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도 비슷한 의견이다. 고려제일신경외과 김진세 원장은 “비정상적인 흥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혈액의 순환이 현격히 저하되면서 현기증, 소화 불량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생리 기능 장애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게임 중독을 치유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모리 교수는 게임 중독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운동을 지적한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 유독 운동을 했을 때 β파가 높아진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과격한 운동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운동을 자유롭게 할 때 효과가 더 높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기존 전문가들과 일치한다. 부모들의 이해와 세심한 배려만이 이같은 문제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귀찮다고 해서 컴퓨터나 TV 앞에 앉혀두어서는 안된다”며 “스킨십을 통해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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