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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내 경마 · 카지노 통해 사이버머니 '공공연히 거래'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8.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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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포커나 고스톱 게임의 위해성은 그동안 여러차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아이템 중계 사이트를 통해 사이버머니가 거래되는가 하면, 도박 게임을 즐기기 위해 게임 서버를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이버 범죄의 원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미 일부 도박 사이트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수익에만 골몰한 일부 업체들이 부작용을 알면서도 편법적으로 사이버머니를 판매하고 있다”며 “현재 문제의 사이트를 상대로 도박성 여부를 입증하는 데 힘을 쏟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롤플레잉게임의 도박성은 좀처럼 알려진 게 없다. 포커나 고스톱 게임과 달리 도박게임 자체가 게임내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기존 게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L게임이 대표적인 예. 이 게임은 최근 서비스 차원에서 24시간 개경주장을 게임 내에 오픈했다. 게임 방식은 오프라인 경마장과 비슷하다. 번호표를 단 5마리의 개가 타원형의 트랙에서 경주를 한다. 경주는 6분마다 한번씩 열린다. 게임에 참여를 원할 경우 경기시작 30초 전까지 원하는 개의 경주권을 구입하면 된다.

도박장 관리인을 클릭하면 경기에 출전하는 개의 체력, 스피드, 지구력, 승수 및 승률 등 자세한 정보가 제공된다. 경주권은 단승식과 복승식으로 나눠 구입할 수 있는데 승리견을 맞춘 사람에게는 일정액의 배당금이 지급된다.

이 게임은 최근 전문 해설가까지 동원해 직접 해설을 맡기고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서비스하며 ‘게이머 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일까.

각종 버그로 인해 게임을 등졌던 게이머들이 하나둘씩 되돌아오고 있다. 한때 3만8천명까지 떨어졌던 동시접속자가 최근 들어 4만2천명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개경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가 중계 사이트를 통해 고스란히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L게임의 안티사이트를 운영중인 정모씨(29)는 “회원에 가입하게 되면 기본적인 시드머니가 주어지게 되는데 게임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때문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아이템 중계사이트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수혈받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 국산 기술의 3차원 그래픽 엔진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던 N게임과 D게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두 게임은 현재 게임 내에 아이템 도박 게임인 겜블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값진 아이템을 건지려는 게이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겜블은 오프라인의 ‘돈먹고 돈먹기’ 게임과 비슷하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을 걸고 또다른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구입 전까지는 아이템의 속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도박이나 다를 것이 없다. 운이 좋으면 자신이 베팅한 아이템보다 높은 종류를 배당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막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D게임 길드의 한 관계자는 “겜블을 잘못 이용했다가 포션살 돈도 남기지 않고 전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이 경우 대부분이 아이템 중계 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을 구입한 후 도박장을 다시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I게임의 경우 아예 현거래가 용이하도록 시중에서 거래되는 보석을 걸고 도박판을 벌인다. 이른바 ‘보석칩 도박하기’ 게임이 그것.

이곳에서 거래되는 보석의 종류는 사파이어(시가 3천원)에서부터 다이아몬드(시가 12만원)까지 다양하다.

베팅한 보석들은 곧바로 아이템 중계사이트를 통해 구입이나 판매가 가능하다. 게임은 주사위를 굴려 진행한다.

요컨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보석을 걸고 1∼6번까지의 번호중 한 개를 고른 후 주사위를 던져 맞추면 보석이 한단계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실패했을 경우 베팅한 보석은 한단계 하위 수준으로 전락한다. 6분의1의 확률인 셈이다.

이렇듯 롤플레잉게임을 통한 사행성 도박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미 일부 게임에서는 운영자의 감시를 피해 고액 도박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롤플레잉게임의 경우 기존의 포커나 고스톱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도박장반대 전국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롤플레잉게임의 경우 도박 게임이 게임 내에 갈무리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맹점이 있다”며 “더 큰 부작용이 드러나기 전에 게임 관련 당국이 나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들은 “서비스 차원에서 게임을 운영하기 때문에 현금 거래와 같은 사행성 행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계정을 정지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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