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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주 '고공비행'에 잇딴 '러브콜'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7.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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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업체인 N사는 요즘 투자자들의 발길이 유난히 잣다. 마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게임 애호가 5명이 모여 설립한 신생 게임 개발업체. 그동안의 실적이 있다면 지난 3월 창업한 이후 내놓은 아동용 게임 한 개가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고 싶다는 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에는 한 개인투자가로부터 5억원의 투자 제의를 받고 현재 투자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조건을 조율중이다.

이 회사 대표 정 모씨는 “게임이 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투자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게임의 경우 “상용화만 되면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가들 사이에 팽배해져 있다. 일부 투자가의 경우 재무구조나 개발 상황 등을 꼼꼼히 따지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주변의 이야기만을 듣고 막연하게 투자를 제의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 한반도를 강타했던 ‘닷컴 열풍’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게임에 투자했다가 “몇백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게임 업계를 기웃거리는 큰손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게임 개발업체인 D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웹젠이 코스닥 등록 이후 6일간 상종가를 친 사건이 알려지면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게임에 관심이 있다며 투자를 문의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최근에는 개인 투자가 뿐 아니라 창투사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묻지마 투자’가 잇따르는 등 이상 기온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특히 기업을 공개하지 않은 비상장 업체의 경우 큰손들이 대리인을 통해 은밀히 투자 제의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과열 징후는 이미 코스닥이나 거래소등 증권시장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공모가 3만2천원으로 코스닥에 첫선을 보인 웹젠의 경우 주가가 단숨에 10만원을 넘어 현재 15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요즘 웹젠의 주가는 국내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가상승률의 3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한게임을 서비스중인 NHN, 게임 배급업체인 써니YNK 등도 최근 한달 사이 주가가 두배 이상 불어났다.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둥지를 옮긴 엔씨소프트는 불과 몇주만에 주가가 10만원 이상 급등해 18일 현재 22만3천원을 기록하는 등 ‘묻지마 투자’가 유행했던 시기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거품이 꺼졌을 경우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눈치다. 과거 IT 기업의 주가가 돌연 바닥을 치면서 새롬기술 등 이른바 ‘황제주’에 돈을 쏟아부었던 투자가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제2의 묻지마 투자’는 또다른 ‘대형사고’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증권 전문가들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교보증권 전형금 부장은 “유망한 신규 업체의 기업 공개를 전후해 동종 업계가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일련의 상황으로 미루어 게임주의 급등은 웹젠의 기업공개를 통한 ‘공모주 학습효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3분기에는 학생들의 방학도 끼어있다. 때문에 계절적 특성과 웹젠의 실적,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오픈 베타서비스 실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대감이 고조된 만큼 투자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황승택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5백여개의 게임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극소수 업체들 외에는 추가 수입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엔씨소프트 16배, 웹젠 15배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섯부른 투자는 대박이 아닌 쪽박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열 조짐이 보이는 것은 인정하지만 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며 “99년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IT업체들의 수익모델이 없었지만 게임은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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