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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통합플랫폼 사업자 선정 과정 '특혜의혹'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7.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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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발원은 3월말 게임통합플랫폼 입찰공고를 통해 4월 28일 최종적으로 입찰 접수를 마감했다. 입찰에 참여한 곳은 두 곳.

PC게임 및 게임 컨텐츠 개발업체인 위자드소프트를 주관사로 하는 A컨소시엄과 게임 퍼블리싱 업체인 DR 인터렉티브를 주축으로 하는 B컨소시엄.

사업자 선정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치 못했다. 개발원은 입찰에 참여한 두 개의 컨소시엄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가졌지만 양쪽 모두를 부적격으로 판정했다. 함량이 모자란다는 게 개발원측의 판단 근거였다.

결국 두 컨소시엄은 서류 보완을 거쳐 5월 9일 재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B컨소시엄의 주관사가 DR인터랙티브에서 전자상거래 전문업체인 이네트로 바뀌었다. 재입찰이 아닌 상황에서 주관사가 바뀐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원은 프리젠테이션을 예정대로 실시했다.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개발원이 심사 결과 발표를 미뤄왔다는 점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위자드소프트 윤형섭 부장은 “통상적으로 심사 결과는 프리젠테이션 다음날 발표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개발원은 정영수 원장의 출장 등 여러 가지 사유를 이유로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프리젠테이션이 있고도 한참 후인 5월 26일. 일부 업체의 항의가 잇따르자 양쪽 모두에게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내용을 업체에 통보했다. 개발원은 결국 입찰에 참여한 두 컨소시엄에 대해 긴급입찰을 제시했고, 우여곡절 끝에 게임 통합플랫폼 사업의 우선협상자는 이네트로 최종 결정됐다.

입찰 결과가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네트는 게임 개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전자상거래 업체. 2차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게임 업체를 급조하기는 했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더군다나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도 게임 개발 경력이 거의 없는 터라 업계의 의아심을 자아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통합플랫폼을 개발하는 사업에 게임 개발 경험이 부족한 컨소시엄이 선정될 경우 근본적인 접근을 할 수 없다”며 “때문에 업계에서는 게임엔진 개발 및 컨버팅 업체가 포진해 있는 A컨소시엄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갖가지 구설수까지 터져나오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개발원측의 투명하지 못한 진행과정. 개발원은 1차 프리젠테이션의 점수를 덮어버렸을 뿐 아니라 2차 프리젠테이션 결과도 원장의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발표를 미루다 보름 후에야 입찰이 유찰됐음을 양측에 통보했다.

또 긴급입찰 공고가 프리젠테이션 결과 통보보다 4일 먼저 발표되는 등 적지 않은 해프닝이 연출됐다. 당초 예정돼 있던 프리젠테이션 날짜를 이틀 늦춰 11일로 변경한 부분도 갖가지 억측을 낳고 있다.

개발원은 2차 프리젠테이션을 며칠 앞두고 돌연 프리젠테이션 날짜를 9일에서 11일로 연기했다. 물론 사정에 따라 날짜를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발원이 날짜를 미룬 다음날 B컨소시엄의 이네트가 KRG소프트라는 게임회사를 인수, 사업자 선정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위자드소프트 윤형섭 부장은 “개발원이 프리젠테이션 날짜를 미룰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한 후, “앞 뒤 정황으로 봤을 때 이네트가 심사요건을 갖추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게임 통합플랫폼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관했던 게임연구소 우종식 박사를 인사발령낸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우 박사는 게임 플랫폼사업의 1차, 2차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했던 인물. 그러나 개발원은 정 원장이 출장에서 돌아온 6월 1일 우 박사를 게임과는 상관없는 산업진흥본부장으로 발령냈다. 입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자를 발령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정 원장과 코드가 맞지 않은 우 박사를 한직으로 발령낸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컨소시엄을 주관했던 위자드소프트는 현재 법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의혹을 풀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개발원을 상대로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또 조만간 문화관광부나 공정위에도 진상을 규명하는 민원을 보낼 예정이다.

위자드소프트 윤영섭 부장은 “개발원은 우선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된 심사의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만약 점수 공개 후 문제가 없다면 패배를 시인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개발원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투명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사업자 선정을 주도했던 심사위원들은 사업자 명도 모른 상태에서 심사를 한 만큼 개발원의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프리젠테이션 날짜를 미룬 상황에서 이네트가 게임업체인 KRG소프트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내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날짜를 조정한 것뿐이다”며 “이 기간에 게임회사를 인수한 것은 우연히 날짜가 맞아떨어졌을 뿐 개발원의 특정 업체 비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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