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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아바타 '땡처리 시장' 떴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5.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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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마니아인 직장인 김모씨(26)는 커뮤니티 내에서 ‘멋쟁이’로 통한다. 한번 나타나면 입고 있는 옷 뿐 아니라 헤어스타일, 액세서리까지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 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쇼핑을 한다. 아바타 상점에 들러 새로나온 아이템이 없는지를 둘러본 후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주저없이 구입한다.

덕분에 김씨의 아이템 창고에는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진기한 아이템이 가득하다.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알몸으로 서있는 ‘누드형’, 야자수 해변에서 비키니로 일광욕을 즐기는 ‘선텐형’ 등 테마형 아이템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일부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점수도 많이 땄다. 그러나 김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구입해 놓은 아이템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달 정도 사용하고 나니까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이중에는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도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경우 아바타 ‘중고 시장’을 이용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게는 30%, 많게는 90%까지 사이버머니로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리얼라이프 커뮤니티 사이트인 ‘팝플’(www.popple.co.kr). 이 사이트는 최근 아이템 구입 후 24시간 안에 되팔면 구매 가격의 90%, 1주일이 지나면, 50%, 한달 이내면 30%, 한달이 넘은 아이템은 10%에 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사이버머니 충전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의 절반이 중고 판매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거래 건수도 하루 평균 2만건을 넘고 있어 때아닌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는 게 ‘팝플’ 관계자의 귀띔이다.

회사측은 아바타 사재기 열풍이 불면서 쓸모없는 아이템 구입이 늘어난 것을 ‘이상 기온’의 원인으로 꼽는다. 노종섭 팝플 사장은 “한때 아바타가 ‘붐’이 일면서 ‘묻지마 구매’가 줄을 이었다”며 “충동적으로 구입하기는 했는데 판로가 없어 고민하는 네티즌들의 경우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챌(www.freechal.com)이나 세이클럽(www.sayclub.com)과 같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도 요즘 겨울 물품을 내놓은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연말 분위기에 들떠 구입했던 옷이나 배경을 되팔아 뒤늦게나마 ‘봄맞이’에 돌입한 것. 두 사이트의 경우 아이템 구입 시기에 상관없이 구입 가격의 30%를 돌려준다. 그러나 이벤트를 통해 선물받은 품목은 되팔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세이클럽을 운영중인 네오위즈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이후 월평균 20억원의 캐릭터 판매 수입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중고 시장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며 “중고 마켓을 개설하는 게 요즘 사이트의 추세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바타 시장에 ‘중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부 아바타 사이트가 중고 아바타를 되사주는 ‘애프터서비스’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중고 아이템을 정리해 새것을 구입하려는 ‘알뜰족’이 대부분. 그러나 일부는 사이트에서 튀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아이템을 내놓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게이머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비슷하기 때문에 튀지 않으면 부킹이 힘들다”며 “사이트 내에서 튀기 위해 구입한 아이템은 중고 센터에 내놓고 수시로 다른 아이템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람선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게임이나 채팅을 즐기는 ‘팝플’이 대표적인 예. 이 사이트의 경우 지루하면 2층 로비에 마련된 나이트클럽이나 사랑의 짝대기 미팅방을 이용해 부킹을 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눈이 맞아 동거를 하는 커플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덕분에 남성들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바타를 꾸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이곳에서도 사이버머니를 노리는 꽃뱀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남성들을 유혹해 사이버머니인 루피를 뜯어낼 뿐 아니라 현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자금줄을 수배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소비자까리 다이렉트로 아바타를 거래할 수 있는 직거래 시장도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종섭 팝플 사장은 “기존의 중고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간에만 형성돼 있다. 때문에 네티즌끼리 아바타를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고 전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고 시장을 가장한 상술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신규 매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묘하게 네티즌을 선동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김모씨(30)는 “아바타 시장은 한때 황금 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때문에 신규 매출을 위해 중고 시장을 개설한 것뿐이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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