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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바코드 바꿔치기 하는 '바코드 교환족' 판친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5.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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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초 상품에 붙은 바코드를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차액을 챙겨온 신모씨(28)에 대해 구속영장(상습 사기 혐의)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20만원대 스캐너에 붙은 바코드를 떼어내 50만원짜리 LCD 모니터에 붙이는 방법으로 거액을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몇 개월간 신씨가 벌어들인 액수는 2천만원.

이보다 앞선 지난해 말에는 부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예전에 구입했던 물건의 바코드를 복사해 고가 제품에 붙이던 주부 박모씨(37)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 박씨는 경찰에서 “우연히 바코드 시스템의 허점을 알게 돼 순간적으로 실수를 저질렀다”고 털어놓았다.

이렇듯 백화점 등에서 물품 관리용으로 널리 이용되는 바코드가 업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고가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코드 교환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은 매장 내에서 바코드를 바꿔치기 하는 것. 그러나 이 경우 매장내에 설치된 폐쇄회로를 통해 발각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편이다. 대신 예전에 사두었던 물건의 바코드를 복사해 사용하는 방법이 자주 이용된다.

최근에는 아예 전문적으로 바코드만을 이용한 사기단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한곳에서만 범행을 저지를 경우 들통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장소를 옮겨다닌다. 광주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힌 신씨도 전국 할인점을 돌며 28차례나 게임기 등의 상품 바코드를 바꿔치기 하다가 범행을 저지르다 붙잡힌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범행을 통해 챙긴 물건들은 인터넷 경매사이트나 중고품 매매 사이트 등을 통해 시가보다 싸게 거래된다. 일부의 경우 장물아비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광주 서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바코드 교환을 통해 구입한 제품은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의 차액을 남길 수 있다”며 “때문에 장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장물아비를 통해 상당부분 흘러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바코드 교환족이 사회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업계 신화를 이룬 매머드 유통업체 월마트가 최근 가짜 바코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 자리에서 수백가지의 바코드를 생성할 수 있는 웹사이트 리코드닷컴(www.Re-code.com)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는 가격대별로 다양한 바코드가 올라와 있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바코드는 인터넷에서 출력할 수도 있다.

바코드 생성 업체에 대한 월마트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월마트는 리코드닷컴의 서비스를 절도를 부추기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월마트 대변인 탐 윌리암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짜 바코드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절도나 마찬가지다”며 “이같은 행위가 발각될 경우 90일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달초에는 호스팅업체에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사이트 폐쇄를 위한 법적 조치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호스팅 업체가 출력 링크를 막기는 했지만 사이트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
덕분에 월마트가 발칵 뒤집혔다. 물론 아직까지 우려했던 불상사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문제의 사이트에서 생성된 위조 바코드는 시중에서도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의 경우는 아직 바코드 바꿔치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코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바코드 정보 사이트는 자살사이트와 유사하다. 요컨대 자살사이트의 탄생 목적은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오히려 동반 자살을 부추겨 한동안 한반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바코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바코드에 대한 원리에서부터 만드는 요령을 체계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물론 운영 원칙은 마케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들어진 바코드의 경우 무한대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써 바코드 위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바코드를 생산하는 한국 바코드에 따르면 현재 바코드는 백화점과 같은 매장 뿐 아니라 청와대, 안기부 등의 출입증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보안에 대한 효과는 전무하다. 복사만으로도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한국바코드 한성록 부장은 “바코드의 경우 다양한 폭을 가진 흑백의 막대와 이 막대의 배열 순서만으로 정보를 표현하고 있다”며 “때문에 보안을 요하는 정부부처나 정보 부서의 경우 추가 대응이 시급한 형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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