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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담보로 '현금대출'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4.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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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28)는 최근 아이템 전당포를 찾았다. 그동안 여러차례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히 ‘문전박대’를 당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아이템을 맡기고 260만원을 대출받았다.

김씨는 “제도권 은행의 이용이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며 “아이템 전당포의 경우 무형의 가치가 있는 게임 아이템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급할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렇듯 게임 아이템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하는 ‘사이버 전당포’가 게이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픈한지 두달도 안된 상황이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아이템뱅커에 따르면 10일 현재 대출 의뢰는 1백여건이 넘는다. 이중 40여건은 이미 대출이 마무리됐다. 나머지도 감정평가를 끝내고 대출을 기다리는 상태다.||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아이템은 A게임의 ㅅ아이템. 이 아이템의 경우 최고가인 3백만원에 관리자의 대출이 승인됐다. 이밖에도 B게임의 ㅍ아이템이 190만원에 대출됐으며, A게임의 ㅈ아이템이 1백만원에 감정중이다.

아이템뱅커측에 따르면 감정소를 통해 매겨진 가격의 70%를 현금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대출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홈페이지에 마련된 대출 코너를 이용하면 된다. 아이템에 대한 가치를 검증받을 후 대출 계약서를 작성하면 본인의 계좌로 돈이 입급된다.

아이템뱅커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대부업체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A게임과 B게임의 아이템에 한해서만 대출이 가능하지만 조만간 대출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수료는 5%. 시중 은행의 대출 이자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에 달한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템 전당포를 이용하는 주고객은 신용카드 연체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관계자는 “제도권 은행의 높은 문턱을 실감한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전당포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이템을 담보로 빌려간 돈은 한달 이내에 수수료와 함께 돌려주면 된다”고 귀띔했다.

물론 청소년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회사측은 “19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말썽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전당포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대출은 물론이고 회원 가입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템뱅커측은 ‘아이템 전당포’가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게임 해킹이나 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컨대 온라인 게임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아이템 거래 시장도 덩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게임 아이템 시장의 규모는 1천5백억원대. 올해는 두배인 3천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잠정적인 추정이다. 그러나 제도적 기반이 없이 해킹, 사기 등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음지에서 이뤄지는 아이템 거래를 양지로 끌어내 부작용을 줄이는 게 사이트 오픈 목적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아이템뱅커는 현재 ‘게이머 몰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중이다. 조만간 게임 시세에 정통한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대출 의뢰 물품의 감정가를 추측하는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다. 확정 감정가에 가장 근접한 액수를 맞춘 게이머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그러나 ‘아이템 전당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게임업계는 이 사이트를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템 전당포는 게임의 순수한 의미를 왜곡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템 전당포를 잘못 이용할 경우 ‘제2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는 만큼 게이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이템이 전당포의 담보에 들어가는 게임사의 경우 나름대로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N사는 게임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와 같은 곳을 인정하지 않는 게 회사측의 방침이다”며 “이미 법적 검토를 마친 상태기 때문에 조만간 게임산업연합회와 같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W사의 경우 액션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아이템 거래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이 기각됐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우회전략을 사용할 예정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회사측은 “현재 작년에 기각된 건에 대한 항고를 준비중이기 때문에 여력이 없다”며 “대신 게이머들과 함께 캠페인을 펼쳐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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