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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키보드 해킹 프로그램 주의보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4.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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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직장인 손모씨(26)는 얼마전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다. 해킹 프로그램으로 인해 그동안 모은 아이템을 모두 날렸기 때문이다.

손씨가 잃어버린 아이템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5백만원 상당. 액수도 액수지만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그동안 공들인 것을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물론 아이템을 되찾기 위해 관련 기관에 여러차례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게임 회사에도 나름대로 호소를 해보았다. 그러나 손씨의 간절한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씨는 결국 사이버수사대에 사건을 의뢰했다.

손씨는 “회사가 끝나는 대로 PC방에 달려와 아이템을 모았다”며 “돈보다도 그동안 공들인 아이템을 한순간에 날리고 나니 억울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손씨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PC방에서 해킹을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나와있지 않지만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게 경찰측의 추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범죄 건수는 6만여건. 이중 통신사기가 51%로 가장 많고, 해킹과 바이러스로 인한 범죄가 1만4천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중 상당수가 PC방에 깔려있는 키보드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은 프로그램은 현재 알려진 것만 수백여종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해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이머들을 울린 키보드 해킹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는 ‘백오리피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네트워크 관리 프로그램인 ‘백오피스’를 패러디해 지어졌다. 그러나 기능은 단순한 패러디 차원을 능가한다. 프로그램이 설치된 PC에 입력한 내용을 모조리 외부로 빼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업체인 하우리의 한 관계자는 “백오리피스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실행중인 게임 화면 캡처는 물론이고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 민감한 정보도 원거리에서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상대 컴퓨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그는 “게임을 하다 마우스 포인터가 제멋대로 움직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며 “이 경우 대부분이 백오리피스를 이용해 상대의 컴퓨터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에코키스나 넷버스도 유명한 악성 바이러스다. 이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자판에 입력한 정보가 해커가 사전에 지정한 IP 주소로 자동 전송된다. 해커는 이 컴퓨터에 접속해 저장된 기록을 빼가기만 하면 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종전의 해킹 수법은 상대가 게임 등에 접속할 때 옆자리에 앉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훔쳐보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입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훔쳐볼 필요조차 없다. 가만히 있어도 바이러스가 알아서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 광산경찰서는 얼마전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훔친 사이버머니를 판매한 고등학생 임모군(17)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PC방 컴퓨터에 미리 깔아놓은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 ID와 비밀번호를 빼내는 수법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최근에는 은행 계좌번호나 카드 정보로 돈을 빼돌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때문에 보안 전문가들은 해킹 프로그램이 깔린 PC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화약을 안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물론 일부 은행의 경우 키보드로 입력한 정보의 유출을 막아주는 ‘키보드 해킹방지 프로그램’을 최근 도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PC방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곳에서는 가급적 중요한 정보의 입력을 자제토록 조언한다.
요컨대 자기가 관리하지 않는 PC를 사용할 경우 ID나 패스워드, 특히 신용카드 번호와 같은 민감한 정보는 다루지 않는 게 좋다. 부득이 입력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PC에 깔려있는 악성 바이러스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윈도 시스템 디렉토리(C:/windows:/system)에서 백오리피스의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어떤 정보도 입력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PC방 업주가 직접 백신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그러나 해커들이 보안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 신사동 S게임방의 업주 김모씨(56)는 “하루에 한번씩 바이러스를 검사하는데 그때마다 한두대의 PC는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돼 있다”며 “어떤날은 하루에 몇번씩 바이러스를 지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PC를 사용하는 유저가 조심하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정보감시단의 한 관계자는 “PC방이 해킹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다”며 “귀중한 정보를 잃고 나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는 만큼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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