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그냥 잊혀지기 가장 억울한 게임을 들자면 바로 마스터 오브 매직(Master of magic)을 들 수 있을 겁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시빌리제이션(Civilization, 문명)과 유사한 턴방식 전략시뮬레이션 장르를 표방한 이 게임은 탄탄한 게임구성과 진행에 비해 지루한 전투방식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문명의 한계를 영웅과 상성을 가진 유닛들의 전략적인 턴타임 전투로 뛰어넘은 게임입니다.
이런 전투방식은 ‘킹스 바운티(King’s Bounty)’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지만 완성도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지요. 게다가 문명과 유사하면서도 마법과 판타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점, 예를 들어 소환수라든지, 광대역 마법의 연구 등등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죠.
후에 이런 방식의 게임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후 HOMM)’를 통해 꽃을 피우게 됩니다.
하지만 ‘HOMM’은 마스터 오브 매직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인 문명 스타일의 경제와 내정 부분을 빼고 박진감 있는 전투에만 특화한 게임입니다. ‘HOMM’가 시리즈를 더해가면서 마스터 오브 매직에서 인기있었던 마법연구, 가디언을 이용한 자원방어 등등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마스터 오브 매직의 쟝르적 특성과는 역시 거리가 있습니다.
이후 문명 시리즈와 ‘HOMM’ 시리즈는 나름대로 게임의 큰 줄기가 되어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이 두가지의 장점을 절묘하게 잘 조합해 극찬을 받았던 ‘마스터 오브 매직’은 오히려 비슷한 포지션의 ‘마스터 오브 오리온(Master of Orion)’을 끝으로 맥이 끊기고 맙니다. 전작의 후광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요?
/ 박성준 | roco@esof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