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탄부터 한글화되어 발매된 탓에 영문버전만 있는 1,2탄은 접해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엽기코믹성만큼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라고 평가를 받는 것이 바로 이 1탄 격인 ‘원숭이섬의 비밀’ 편입니다.
같은 시기에 발매된 킹스퀘스트 시리즈의 뭔가 조금만 잘못해도 주인공을 죽여버리고 다시 하라고 윽박지르는 막무가내식 일방향 진행에 비해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오히려 엉뚱한 짓을 할 때마다 위트가 철철 넘치는 대사와 액션을 보여주는 이 게임은 당시 어드벤처 게임의 틀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유저 위주의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섬세한 배경음악과 그래픽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아직까지 회자되는 상대의 아픈 곳을 콕콕 찔러 기를 꺽는 욕설, 칼싸움이나 엔딩에 나오는 일레인의 충격고백은 이 게임의 성격을 단번에 말해주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엽기코믹성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탄탄한 스토리보드와 숨겨진 보물과 연인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진부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게임의 배경도 이 게임의 인기요소중 하나입니다.
특히 영화사로도 이름높은 루카스의 작품답게 원숭이섬 시리즈 곳곳에는 전편의 오마쥬와 매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미장센이 가득합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3, 4편만을 즐기면서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멀쑥했던 게이머라면 1편부터 찬찬히 플레이해보는 게 좋을 겁니다. 그동안 모르고 스쳐보냈던 즐거움의 근간이 시리즈 곳곳에 숨어있으니까요.
/ 박성준 roco@esof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