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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LOOM)] 그 독특한 매력에 이끌려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5.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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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잃은 것처럼 가슴 한편이 허전해지고 멍하니 엔딩을 오래오래 쳐다보게 되는 게임이 있다면 믿겠는가? 게임의 미덕은 ‘재미’라는 너무도 당연시되던 공식을 뿌리부터 부정해버린 오래된 게임, ‘룸(LOOM)’이 바로 이런 게임이다.

세상을 창조하는 성스런 베틀과 패턴을 짜내는 직공들의 전설을 다룬 룸(LOOM)은, 게임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음악소설에 가깝다. 백조로 변한 직공들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오프닝부터 잔잔히 흐르는 음악은 게임 전편을 휘감으며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연의 역할을 한다.

음표의 조합을 기억하고 그것으로 마법을 쓰는 게임역사상 가장 참신한 인터페이스도 돋보이지만 룸 차일드(Loom Child)의 가슴아픈 운명과 이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연출력은 최고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이다.
패턴의 한끝을 물고 사라지는 백조들과, 카오스가 던진 낫이 달에 걸리는 엔딩은 앞서 언급한 대로 극도의 우울증과 허전함을 유발하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룸’에서는 음악이 게임의 중요요소로 등장하면서 당시 흔하지 않던 사운드카드 보급에도 한몫을 하기도 했고 기존 어드벤처 게임의 일반적인 형식이었던 명령어 입력 방식을 탈피하고 마우스 입력 중심으로 틀을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어드벤처의 명가 시에라를 제치고 한껏 주가를 올리던 루카스아츠의 작품답게 특유의 유머러스한 요소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직공의 로브 속에 숨겨진 죽음에 대한 루머나(알면 다친다-_-) 옷을 바꿔입어 아무 영문도 모르는 소년에게 용의 복수를 전가하는 장면은 훗날 원숭이섬 시리즈로 명성을 날리게 되는 루카스아츠의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참고로 원숭이섬의 비밀을 플레이해보면 ‘스컴’(SCUMM)바의 해적이 ‘룸’을 최고의 게임이라며 떠벌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색다른 게임을 좋아하거나 심오하고 철학적인 스토리를 좋아하는 게이머, 평소 잔잔하고 서정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올드게임 매니아라면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픈, 명작 중의 명작이다.
초창기 16칼라로 발매된 ‘룸’은 그 인기에 힘입어 256컬러와 CD음원을 지원하는 CD판도 발매되기도 했으나 현재 공식적인 판매원은 없는 상태로 어둠의 통로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으며 윈도 환경에서 실행 가능하다.

박성준 | roco@esof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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