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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바이럴 마케팅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5.12.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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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일곱 살 때 일이다. 어느 날 아홉 살난 동네 형이 놀러 가자고 했다. 행선지는 동네 오락실(지능개발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 본 그 오락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 날 이후로 하루 일과에는 항상 오락실이 들어 있었다. 하루 용돈 200원으로 오락실에서 몇시간 죽치는 방법을 깨달을 때 쯤 어느 날 오락실 주인 아저씨가 ‘친구를 데려오면 500원어치 게임을 시켜주겠다’라고 말했다.
이 기막힌 제안에 응해 친구들을 데려가진 못했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제안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아저씨는 고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근방에 오락실 네 개를 운영할 정도였으니 수완이야 알 만하다. 그렇게 필자의 게임라이프는 본궤도(?)에 올랐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가끔 친구들이 추천하는 게임을 함께 플레이한다. 올해로 18년된 길드에도 가입돼 아직까지 활동하는 것을 보면 이 인연이 질기긴 질기다. 어쩌면 게임산업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친구’였는지도 모른다.
요즘 게임사들은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게임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도록 만든다. 몇 명을 모으면 아이템을 준다고 까지 한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와서도 여전히 ‘친구’의 영향력은 막대한 듯 하다.
손을 붙잡고 놀러가자던 동네 형을 잠시 떠올려 본다. 얼굴조차 흐릿하지만 그에게 감사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도 기자의 카톡에는 친구 초대 메시지들이 뜬다. 뭔가를 보내달라는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하나 같이 똑같은 모양으로 생긴 메시지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게 된다. 어쩌면 이제는 게임을 권하는 일 마저도 이상한 일이 돼 버리는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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