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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상가, X박스 불법 개변조 '심각'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3.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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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용산의 한 상가 지하. ‘도깨비상가’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수십여개의 매장이 모여 있다. 나진상가 상우회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50여개의 업체가 성업중이다.

판매하는 제품은 게임 관련 S/W가 대부분. 흘러간 게임에서부터 최신 게임까지 없는 게 없다. 고객이 원할 경우 즉석에서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최근 이곳에 X박스를 음성적으로 개조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PS2를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X박스의 사양이 높아지면서 PS2 대신 X박스를 개조하는 매니아들이 늘고 있다. 이곳에서 게임기 개조는 이미 일반화된 사실. “X박스를 개조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뜸 흥정부터 시작한다.

G업체 사장 김모씨(56)에 따르면 X박스를 개조하는데 드는 시간은 30분 내외. X박스에 내장된 8GB 하드디스크 대신 대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기 때문에 시간은 그다지 소요되지 않는다.
김씨는 “40기가급 하드디스크 두 개나 세 개를 설치해 80기가나 120기가로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며 “이정도 용량이면 게임 뿐 아니라 DVD 수십개를 한곳에 저장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용량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세컨드 PC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27만원. 그러나 상당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다. 요컨대 복제방지 기술을 해제해 주는 모드칩을 포함해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고 30만원을 받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물론 모든 업소들이 게임기 개변조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아니다.

나진상가 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소에 국한된 일”이라며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업주들이 불법적인 일에 뛰어들고 있을 뿐 상가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조작된 게임기를 통해 각종 게임이나 DVD를 불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복제방지 기술 해체할 수 있는 에복스칩과 OS를 설치하고, 미디어 플레이어를 깔면 X박스용 킷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립버전 게임이나 영화의 감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매력 때문일까. X박스의 변조는 PS2와 달리 매니아층에서 선호하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같은 수법을 통해 X박스를 개조한 수요가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개변조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거금을 들여 게임기를 개조했다는 김모씨(26)는 “게임기를 개조할 경우 라이브를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렌즈의 수명까지 단축시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손해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인지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개변조만 해주는 업소까지 등장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업주는 “우리는 주문을 받아 개조업체에 연결해준 후 인센티브만 챙긴다”며 “게임기를 개조해주는 곳은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자 X박스측이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X박스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세중게임박스의 조혁 부장은 “X박스가 용산 등을 통해 개변조되고 있는 얘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다”며 “조만간 직원을 용산에 파견해 실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막상 적발이 됐다 해도 골칫거리다. 구멍가게 형식의 게임물 변조는 보통 후속 조치가 미온적이었던 게 업계의 관행.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엄포를 놓거나 합의를 하는 선에서 끝낼 뿐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X박스 변조의 경우 법적 잣대가 명확하지 않다. 현행법상 등급분류를 받은 컨텐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따로 제재할만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의 한 관계자는 “게임물의 경우 주로 컨텐츠만 심사를 받는다”며 “게임기의 개조가 컨텐츠를 등급 분류된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 단속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세중게임박스. 예상을 밑도는 X박스 판매에 이어 한동호 대표이사의 사임 선포, 뒤늦게 터진 개변조 문제로 ‘바람 잘날 없는’ 세중게임박스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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