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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고스톱 사이버 공간 '강타'···노무현·김정일·부시 고스톱 뜬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2.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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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서비스 중인 패러디 고스톱은 10가지 내외. 전두환 고스톱을 비롯해 YS 고스톱, DJ 고스톱, 노태우 고스톱, 노짱 고스톱 등 다양한 종류가 눈에 띈다. 북핵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김정일 고스톱이나 부시 고스톱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고스톱은 대통령 재임시절 업적(?)을 교묘하게 비꼰 것이 특징. 요컨대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 재임 시절 유난히 많은 비리에 연루됐다. 때문에 전두환 고스톱은 폭탄이나 싼 것을 먹을 경우 피가 아닌 원하는 패를 뺏어오게 돼 ‘대형 사고’가 자주 터진다.

YS 고스톱의 경우 평소 즐겨 쓰던 ‘학실이’란 말을 빗대 ‘학실이 초식’과 ‘032 초식’이 필살기다. 학실이 초식이란 학이 그려져 있는 솔광을 먹고 났을 경우 금액의 두배를 받게 된다. 032 초식은 풍(10), 벚꽃(3), 매조(2)를 먹으면 15점으로 그 자리에서 게임이 끝난다.

DJ 고스톱과 노짱 고스톱도 선보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DJ 고스톱이란 홍일, 홍업, 홍걸 등 세 아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설수에 오른 DJ의 상황을 교묘히 비꼬고 있다. 때문에 DJ 고스톱에서는 ‘홍삼 트리오’를 상징하는 홍단이 최고의 초식으로 꼽힌다.

노짱 고스톱의 경우 돼지저금통을 선거 자금 모금에 활용했던 점을 들어 ‘멧돼지’를 최고 필살기로 쳐준다. 게임 참가자들이 일정 액수의 돈을 갹출해 기금을 조성한 후 멧돼지를 가진 사람이 승부와 상관없이 기금을 독차지하는 게 노짱 고스톱의 규칙. 기금을 독식한 사람은 게임에서 돈을 가장 많이 잃은 ‘불우이웃’에게 절반을 나눠준다는 점도 노 당선자의 이미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밖에 박정희 고스톱, 노태우 고스톱, 홍삼트리오 고스톱, 김종필 고스톱, 김일성 고스톱 등도 인터넷을 통해 사용법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게임들은 암울한 과거사를 재미있게 풍자했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평이다. H대 재학중이라는 이후석씨(26)는 “친구들끼리 모여 즐기던 패러디 고스톱을 인터넷으로 하게될 줄은 몰랐다”며 “틈틈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접속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강탈과 폭압으로 대변됐던 암울한 정치 상황을 교묘하게 비꼬았다는 점에서 386세대로부터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직장인 김현욱씨(34)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보면 패러디 고스톱이 화제다”며 광주 민주화 운동, 6.29 사태 등을 지켜보며 자란 세대이다 보니 고스톱을 즐기는 재미가 남다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패러디 고스톱이 인기를 끌면서 RPG 개념을 도입한 ‘대통령 맞고’까지 등장했다. 이 게임은 캐릭터 고유의 필살기를 이용해 싸움을 할 수 있는 게 특징. 요컨대 최근 이라크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부시 캐릭터는 폭탄이 위력적이다. 폭탄을 할 경우 광을 비롯해 원하는 패 한가지씩을 골고루 상대로부터 뺏어올 수 있다.

‘말바꾸기’에 능숙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싼 것을 먹을 때마다 상대방의 쌍피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수도 이전’ 준비로 한창인 노무현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면 상대방의 5자리 패와 10자리 패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필살기도 필살기지만 상황이 변할 때 튀어나오는 캐릭터의 표정도 재미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부시 대통령의 경우 쌀 때마다 ‘팝황제’ 마이클잭슨의 디스코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캐릭터는 박남정의 춤을, 노무현 당선자는 개그맨 김정렬의 개다리춤을 선보인다.

‘대통령 맞고’ 게임을 서비스 중인 쓰리고닷컴(www.3go.com)측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다”며 “패러디 게임은 아직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한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인데 너무 노골적인 게 아니냐”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은 이 게임의 ‘사용 불가’ 입장을 업체에 통보한 상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당선자 캐릭터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상업 게임에 이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노 당선자 캐릭터를 사용해 고스톱을 서비스 중인 몇몇 업체들을 상대로 캐릭터 사용 금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물론 해당 업체들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대통령 흉내내기가 공중파 방송의 코미디 소재로 사용되는 시점에서 유독 게임에만 제동을 거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쓰리고닷컴 이선진 대표는 “패러디 고스톱은 도박 개념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기획했다”며 “현재 인수위측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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