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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속···'게임과외'를 아십니까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2.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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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 2학년에 재학중인 김하룡씨(25). 그는 지난 1월부터 철산역 인근의 매니아존 PC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김씨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게임 과외’. 업무 틈틈이 손님들을 상대로 게임을 가르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의 게임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전공 게임인 ‘뮤’의 경우 요정 캐릭의 레벨이 270, 마검사가 280일 정도로 숨은 고수다. 김씨는 요즘 지난 2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알려주는 재미에 푹빠졌다. 게임을 하면서 눈여겨 봐뒀던 ‘아이템 요충지’도 빠짐없이 전수한다.

김씨는 “일을 하다 보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나이든 사람도 게임을 알려달라며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받는 돈은 시간당 3천원.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요즘 상황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다.

특히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적지않은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씨는 “손님들에게 게임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은 주로 게임을 한다”며 “용돈을 벌면서 게임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게임 과외가 대학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매니아존 PC방 철산점 신영철 대표는 “서비스 차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손님들에게 게임을 가르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현재 상당수 PC방들이 이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게임 과외의 최대 장점은 일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물론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돈을 벌기보다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알바를 한다.

이화여대나 숙명여대 주변은 알바 학생들에게 가장 ‘목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손님으로 오는 여성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게임에 서툰 여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게임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접근할 경우 친해지기가 쉽다. 물론 명분은 과외지만 실상은 일방적인 희생인 경우가 많다. 상대 여성의 옆에 앉아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하는 게 이들의 전략. 괴물들을 공격할 때 옆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괴물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는 ‘몸빵’을 자처하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다. H대에 재학중이라는 이모씨(26) “여대 주변에 이같은 알바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레벨이 낮은 상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위험할 때마다 한번씩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환심을 사는 게 이들의 주요 수법”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직장생활의 ‘전초전’으로 게임 과외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취업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곧바로 일에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을 선호함에 따라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게임 과외를 택한 것. 게임 개발자가 꿈이라는 대학생 김모씨(26)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입사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를 찾고 있다”며 “이를 대비해 아르바이트로라도 경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 일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잡링크가 대학생 2천4백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30% 이상이 취업과 관련된 경력을 쌓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잡링크의 한 관계자는 “요즘 추세를 보면 경력을 쌓기 위해 알바 뿐 아니라 무보수 인턴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학생들의 경우 해외 여행도 ‘커리어 관리형’으로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 일부 중·고생들이 자신의 사치를 해결하기 위해 ‘알바 전선’에 뛰어드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낫고 있는 것.

서울 강남의 K중학교 교사 김모씨(36)는 최근 소지품 검사를 하다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학생들의 가방에서 25만원 상당의 프라다 지갑, 22만원짜리 몽블랑 샤프 등 자신도 구입하기 어려운 명품들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공부에 전념해야할 아이들이 여자친구에게 잘보이기 위해 명품을 구입하는 등 딴곳에 정신이 팔려있다”며 “이는 게임 과외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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