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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일베 주의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6.01.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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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은 게임 업계에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 주의보’가 발령됐다. 한 게임회사 대표가 사직하고 담당자는 중징계를 받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게임은 평점 2.5대로 추락하며 사실상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후문에 시달린다. 덕분에 게임사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한 CEO는 새해를 맞아 사규에 정치적인 색깔을 포함하는 발언들을 자제하는 규정을 포함하겠다고 밝혔고, 내부적으로 용어집을 마련해 관련 단어들을 필터링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기업도 존재한다.
기성 언론들 역시 난리가 났다. 사회 교육이 잘못됐고, 이런 부류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날선 칼럼들도 불을 뿜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일베는 의외로 잠잠하다. ‘어떤 멍청이가 정체를 공개해 (사직)당했다’거나 ‘네거티브 마케팅의 실패 사례’따위로 보면서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엄밀히 말하면 문제가 된 키워드들은 ‘정치적 견해’라기 보다는 기존 세대를 풍자하는 일베의 ‘놀이 문화’중 하나로 대두된 키워드다. 일베 유저들은 마치 그것이 실제인양 착각하는 부류들이 ‘사고’를 친 것을 다시 풍자해 또 한번 일종의 ‘유머’로 만들어 버린다.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는 놀이’라는 입장이다. 이 ‘놀이’로 사고 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웃는’것도 그들의 문화가 돼 버렸다. 그들은 지금도 ‘어차피 나는 문제 없다. 그러므로 일부의 문제다’라며 그들만의 ‘유머’를 만들어 낸다. 아무 잘못이 없던 사람들이 사임하고, 생업을 접고,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어 전전긍긍하지만 일베 유저들은 여전히 ‘문제 없다’고 되뇌인다. 일베가 개설된지 5년이 지났다. 청소년이었던 유저들은 이제 성인이 됐고, 군대를 갔다온 이들도 부지기수다. 한 때의 치기라고 보기엔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웃으면서 ‘내 잘못 아니야’라고 말하면 문제가 해결되던 나이가 지났다. 언젠가는 남의 일만 같던 일이 본인에게도 닥칠지 모른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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