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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통한 아이템 사기 '극성'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1.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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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대에 재학중인 김모씨(26)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김씨는 최근 H게임에서 만난 게이머로부터 사이버머니를 사지 않겠냐는 쪽지를 받았다.

사이버머니 2조원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상대가 제시한 금액은 10만원. 사실 사이버머니 2조원 당 보통 20만원에 거래되는 게 업계의 관행이다. 때문에 김씨는 웬떡이냐 싶어 거래에 응했다.

김씨는 다음날 약속한 계좌로 돈을 입금시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이버머니는 넘어오지 않았다. 상대 연락처로 여러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할 수 없이 문제의 아이디를 경찰청 테러대응센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게이머는 대포통장을 이용해 돈을 입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버젓이 알려줬기 때문에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돈도 돈이지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분해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대포통장을 이용한 아이템 사기가 늘고 있어 게이머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사이트를 통한 사기 신고는 어림잡아 5천여건. 이중 상당수가 대포통장을 이용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대포통장은 주로 노숙자나 분실된 주민등록증을 통해 발급된다. 노숙자에게 일정액을 건네주고 당사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다. 이 경우 훔친 주민등록증만 아니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을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대포통장을 자금세탁이나 범죄에 악용되는 등 고의성을 입증하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사정이 이렇자 용돈 마련을 위해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청소년까지 생겨나고 있다. ‘돈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포통장 업자에게 개인정보를 건네주는 가출청소년이 늘고 있는 것. ||실제 경기지방경찰청은 최근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아이템 판매 광고를 낸 후 20차례에 걸쳐 20∼60만원을 받은 김모군(17)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가출 청소년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통장을 만들었다.

경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의 경우 가치 판단이 미숙하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앞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나 메신저 등을 통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귀띔했다.

해킹된 아이템을 속여 판매한 후 잠적하는 수법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게임업체로부터 계정을 압수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물론 게임업체측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RPG게임을 서비스 중인 W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수십건씩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해킹을 당했다고 호소하지만 조사를 해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경찰청 테러대응센터 김기수 경사는 “아이템 사기를 호소하는 민원이 적지 않다”며 “이들 사건 중 상당수는 현재 일선 경찰서로 내려보내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경찰 조사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게임에는 현재 상당수의 게이머들이 대포통장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 단속이 대대적으로 가해질 경우 게이머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게임회사쪽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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