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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방이야, 음란 PC방이야!"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1.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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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에게 성인 컨텐츠를 제공하는 PC방은 현재 전국적으로 2백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PC방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성인물을 제공받거나, 컨텐츠 제공업체와 IP 계약을 체결한다.

PC방 커뮤니티 업체인 컴이랑(pcbangv.com)은 현재 일반 PC방을 상대로 성인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엠존’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컨텐츠 제작업체(CP)로부터 성인방송을 제공받아 PC방측에 배분하고 있다.

컴이랑 김성범 팀장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컨텐츠 제공 문의가 한 달에 30∼50여건 정도 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재 컨텐츠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PC방 프랜차이즈 업체 비엠스테이션도 최근 PC방 등을 상대로 성인 컨텐츠를 제공하는 ‘어르니아’(arnia.co.kr)를 오픈했다. 비엠스테이션은 국내 최초로 성인 PC방을 오픈한 주인공. 이미 바나나TV 등 6개 인터넷 성인방송과 IP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비엠스테이션 이정인 팀장은 “성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밤 10시 이후로 컨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며 “현재 대구, 인천 등 전국적으로 20여곳에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입소문이 나서인지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성인 컨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PC방 업계도 성인 시장에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경쟁이 가열되면서 일부 PC방이 성인방송국과 독자적으로 IP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청소년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컨텐츠 제공업체를 통해 회선을 할당받을 경우 우선적으로 성인 인증을 거치게 돼있다. 그러나 다이렉트 계약을 통해 ID를 부여받을 경우 바탕화면에 마련된 아이콘만 누르면 곧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게 된다. 때문에 미성년자가 접속해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

사이버리아 대학로점 장형석 사장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PC방이 성인 컨텐츠를 제공할 경우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의무화돼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되면 포르노물 뿐 아니라 성인방송까지도 차단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PC방들이 성인 컨텐츠를 제공할 때는 일시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차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차단 프로그램 가동 여부를 점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 주소창에 해당 사이트 입력 후 클릭을 해서 접속이 되면 불법이다.
물론 청소년들의 음란물 출입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10대들의 출입을 차단하면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그다지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입구에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쓰인 명패를 내걸지만 사실은 성인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경우 빠져나가기 위한 일종의 ‘비상구’라는 것이다.

경찰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구, 울산 등 전국에 이같은 PC방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얼마전 손님들을 상대로 음란물을 제공한 PC방 업주 오모씨(33)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인터넷 각종 성인물들을 다운 받아 손님들에게 일정액을 받고 제공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과열의 원인으로 업계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꼽는다. 인터넷PC문화협회(ipca.or.kr)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에 승부수를 두기보다는 가격을 내리는데 정신이 쏠려있다”며 “그러나 이 방법은 결국에는 업계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협회 통계에 따르면 94년 인터넷 카페가 처음 등장한 이래 PC방은 99년 말 1만5천여개, 2000년 말에는 2만개를 넘어섰다. 2001년에는 2만5천여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과당 경쟁으로 인해 PC방수가 줄어들면서 2만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한 때 3만개를 넘었다가 현재 2만5천개 선에서 생겼다가 없어지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업체들마다 독특한 아이템으로 ‘살아남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성인 컨텐츠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너도나도 성인 컨텐츠를 도입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인문화협회의 한 관계자는 “성인 컨텐츠는 어찌 보면 시대의 대세다. 일반 컨텐츠와 성인 컨텐츠를 비교해 보면 비율은 7:3 정도로 차이가 나이지만 매출은 오히려 성인 컨텐츠가 높다. 이같은 점이 PC방 업주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PC방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성인PC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인 PC방에 대한 허가방침도 아예 없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종로에 ‘성인문화방’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PC방이 있지만 성인 PC방이 아닌 다른 용도로 등록을 했다”며 “우리 부처에서는 성인 PC방에 대한 허가방침은 전혀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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