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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게임 사이트 통해 '테러지시' 한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01.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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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까지만 해도 알 카에다 조직은 TV 등 대중매체를 통해 작전을 주고받았다. 요컨대 TV에 나오는 빈라덴의 말투라든지, 주변 사물의 위치 변화를 통해 모종의 지시가 내려졌을 것이라는 게 미 정보기관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이같은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각종 첨단 장비를 겸비한 정보 기관들이 속속들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9.11 테러 발생 1주년을 막 넘긴 지난 10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오사마 빈 라덴의 메시지가 담긴 테이프를 입수, 추가 테러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덕분에 미국은 혹시 있을지 모를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알 카에다는 상황을 뒤집을 만한 묘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알 카에다가 인터넷으로 살길을 모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스위크 최신호(1월6일자)에 따르면 알 카에다 조직이 인터넷 사이트나 게임 등을 통해 은밀한 지시를 주고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개설한 모자헤둔닷넷(Mojahedoon.net)은 대표적인 테러조직의 정보교환 통로다.

이 사이트에는 현재 빈 라덴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총으로 난사하는 내용의 인터넷 게임을 포함해 다양한 컨텐츠가 게재돼 있다.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게임도 눈에 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진을 싣고 있는 이 게임의 룰은 그리 어렵지 않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중 한 명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지목받은 사람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테러 전문가 리타 카츠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컨텐츠를 단순히 눈요기 차원에서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 주변 배경 등 모든 내용이 테러리스트의 암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지난달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알 카에다가 인터넷을 통해 비밀 테러 공작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보도된 내용의 골자. 신문에 따르면 알 카에다가 미 정보기관의 수사망을 피해 중국이나 파키스탄 등에 사이트를 개설, 전 세계에 ‘지하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성전의 이정표’를 뜻하는 마 알레말지하드닷컴(maalemaljihad.com)을 알 카에다의 교신 통로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서 개설한 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그러나 한때 이곳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정보를 교환했을 것이라는 게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이메일, 인터넷 메신저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가 테러 조직원들의 공작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X등급 포르노 사진에 아랍어 작전명을 새겨넣거나 월트 디즈니 만화로 위장해 지하드 관련 영화를 배포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의 ‘인터넷 공습’이 아프카니스탄 기지를 잃고 주모자 대다수가 체포된 데 따른 도피성인 것으로 분석한다. 감청 걱정이 적고, 홍보 면에서도 짭짤한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전문가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심리전 요원과 중동 언어 전문가들을 고용, 알 카에다의 압박에 돌입했다. 요컨대 인터넷 채팅을 통해 과격 분자들이 정보를 털어놓도록 유도한다거나 극단적인 주장에 대한 반박을 가하게 하는 등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과격 무장단체들의 자금 지원을 받고있는 인터넷 업체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철퇴를 가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자금지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 운영자를 체포했다. 또 9.11테러 이후 미국내 자산이 동결된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가 야신 카디의 자금 제공을 받은 S/W업체도 수색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름대로 대비는 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국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감청 문제 등 민권 침해 목소리도 골칫거리다.

내년 3월 출범 예정인 국토안전보장부 신설 법안이 대표적인 ‘애물단지’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안보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국토안보부 신설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달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의 사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자들의 가입자 관련 정보 제공, 경찰의 인터넷 도청권 허용 등 일부 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민권운동 단체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는 이 법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수사관뿐만 아니라 어떤 정부 관리에게도 가입자에 관한 정보를 넘겨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방위 압박속에서 미국이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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