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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비상! 'PC방 몰카주의보'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12.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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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 재학중인 송모양(23)은 요즘 PC방 가기가 겁난다. 얼마전 친구로부터 동영상을 하나 받았는데 주인공이 다름아닌 자신과 남자친구인 것. ‘PC방 몰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는 남자친구와 은밀한 스킨십을 즐기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얼굴이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함은 남는다. 김씨는 요즘 친구들만 만나면 겁부터 난다. 몰카의 주인공이 된 자신을 친구들이 알아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김씨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따르면 상당수 학생들이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몰카의 주인공으로 전락해 고통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정영화 박사는 “해외에 서버를 둔 포르노 사이트에 대항하기 위해 현지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그러나 절차가 복잡해 몰카에 찍힌 당사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J대 재학 중인 김모양(22)이 대표적인 예. 김양의 경우 요즘 성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동영상을 지우는 게 하루 일과다. 대학로 PC방에서 남자친구와 즐기던 밀회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문제의 동영상을 찾기 위해 수업을 포기한지 오래다. 수치심 때문에 자살도 여러번 생각했다. 그러나 죽더라도 창피한 흔적은 지워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있다. 김씨는 최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렇듯 대학가 연인들이 떨고 있다. 최근 불어닥친 ‘몰카 공포’ 때문이다. 대학교 인근의 PC방은 몰카에 나오는 대표적인 명소. 장소 특성상 연인들이 자주 들어오기 때문이다. 으슥한 곳에서 밀회를 즐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몰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커플 PC방이 몰래카메라의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실제 대학로에 있는 S게임방. 이곳은 최근 매장 전체에 CCTV를 설치했다. 연인들의 애정 공세를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몰카를 찍는 ‘관음남’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S게임방의 사장 장모씨(32)는 “올 초 매장 곳곳에 4개의 CCTV를 설치했다”며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연인들을 자제시키기 위해 설치했지만 한편으로는 몰카 추방을 염두에 둔 것이다”고 귀띔했다.

물론 이같은 노력도 ‘날고기는’ 몰카족들의 활동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은 몰카에 대한 사회 전반의 경계가 강화되자 카메라와 휴대폰을 결합한 ‘폰카메라’ 등을 동원해 방어막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폰 카메라의 위력은 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던 몰카의 폐해와는 비교가 안된다. 기존 몰카는 여관이나 비디오방 등 설치 장소가 한정돼 있다. 그나마 요즘에는 몰카 탐지기에 걸려 발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폰 카메라의 경우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척 하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전화를 보고 있는지 몰카 촬영을 하는지 좀처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카메라의 성능도 대폭 개선됐다. 요즘 출시되는 폰 카메라의 경우 거리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줌 기능은 기본이다. 밝기와 초점을 자동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해상도 역시 30만 화소에 달해 웬만한 장면은 눈감고도 찍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폰 카메라 동호회까지 등장, 몰카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회원제로 운영되는 D포털사이트의 폰 카메라 동호회. 이곳에서는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자랑하듯 올려놓는다. 이중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진도 꽤 된다. 수위가 높은 사진의 경우 휴대폰을 통해 개인적으로 교환한다.

화상 채팅을 통한 몰카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캠카메라 녹화 프로그램의 성능이 대폭 개선되면서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이 컴퓨터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화상채팅에 접속하는 대부분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최근 여대생 김모양(23)을 상대로 성관계를 요구한 여모씨(33)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여씨는 화상채팅 중에 녹화한 장면을 미끼로 김양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화상채팅방에서 만났다. 사소한 신변잡기를 통해 어느정도 친밀감이 생기자 두 사람은 보다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갔다. 이같은 장면이 캠카메라 녹화 프로그램을 통해 고스란히 저장된 것.

경찰은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이 최고라고 귀띔한다. 중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이라 누가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몰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조심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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