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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해방구···'커플PC방'이 뜬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12.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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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학로 인근의 한 PC방. 마로니에 공원 옆에 위치한 이곳이 요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이곳이 주변의 명소로 떠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연인들만 앉을 수 있는 ‘커플석’ 때문이다.

PC방측에 따르면 올 초부터 ‘커플석’을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연인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PC방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커플석을 마련한 게 대박을 터트린 것. 커플석은 매장 한쪽에 따로 마련돼 있다. ‘1백여개의 좌석 중 14개가 커플석이다. ||칸막이 너머로 펼쳐져 있는 ‘또하나의 제국’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대낮처럼 밝은 바깥과 달리 커플실은 은은한 조명이 있어 카페를 연상케 한다. 연인들은 비좁은 2인용 소파에 앉아 저마다 게임에 열중이다. 담배 연기가 싫은 듯 여자들끼리 앉아있는 좌석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남녀 쌍쌍이다.

S대에 재학중이라는 김용진(23)-이서영(21) 커플은 “다른 PC방은 좌석마다 칸막이가 둘러져 있어 얘기를 나누기에 불편하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좁긴 하지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학가를 중심으로 커플 PC방이 인기다. 커플 PC방의 최대 장점은 둘만의 공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시야가 터진 다른 PC방과 달리 칸막이가 둘러져 있어 나름대로 운치있는 데이트가 가능하다.

안에서 무슨일을 해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한다 점도 젊은층을 매료시키는 요인이다. 사이버리아 대학로점 장형석 사장에 따르면 공연이 있는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 손님을 돌려보낼 정도다. 덕분에 커플석을 차지하기 위한 연인들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예약은 기본이다.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장 사장은 “공연 시간을 앞두고 시간이 남는 경우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커플이 많다”며 “때문에 주말에는 몇 개 안되는 커플실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치러진다”고 귀띔했다.

물론 적당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커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은은한 조명에 칸막이까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자리도 두 사람이 앉기에 조금 비좁아 가만히 있어도 스킨십이 이뤄진다.

장 사장은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우기 위해 들어왔다가 얼굴을 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사랑을 하더라도 주변 사람의 시선 정도는 생각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일부 손님들의 경우 아예 노골적으로 조명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그럴 때마다 정중하게 타일러 돌려보낸다. 장 사장은 최근 ‘스킨십 족’을 퇴치하기 위해 매장 전체에 CCTV를 설치했다. 조명도 다른 PC방과 달리 밝게 조정했다.

신촌 인근의 한 PC방은 아예 커플 전용 PC방이다. 현재 홍대와 신촌 등 대학가 인근을 중심으로 연인들에게 인기를 얻고있는 ‘듀얼존’이 그것. 이곳에서는 남녀 한 쌍이 아니면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이용료는 시간당 1천5백원. 인근 PC방의 요금이 1천원대인 점을 감안할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듀얼존 이재만(31) 사장은 “인근 PC방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평균 매출의 130%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요금이 조금 비싸더라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으니까 찾아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꼴불견’ 손님들 때문에 골치다. 묘한 소리를 지르는 연인에서부터 수시로 키스를 퍼붓는 커플들까지 다양하다. 일부의 경우 PC방을 여관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밤늦게 술먹고 와서는 2인용 소파에 드러누워 잠을 잔다는 것.

홍대 인근의 한 PC방은 대학생들의 미팅 장소로 활용된다. 즉석 미팅의 접선지로 이용되고 있는 것. ‘PC방팅’으로 불리는 이 신종 미팅의 방법은 ‘엘리베이터팅’ ‘007팅’과 틀린 점이 없다. 사전에 약속된 좌석번호에 앉아 있는 상대를 본 후 맘에 들면 앉고 그렇지 않으면 미련없이 돌아선다.

D게임방의 한 종업원은 “일행이 온다고 했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PC방팅에서 물먹고 돌아가는 사람들이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미팅이 성사될 경우 커플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커플 PC방을 통해 금새 친숙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곳에서 만난 김진수(27)-박소영(24) 커플은 ‘PC방팅’을 통해 결혼까지 약속한 커플이다. 이미 양가의 허락도 받았다.

김씨는 “일각에서 커플 PC방의 부작용을 지적하지만 말 그대로 일부의 경우다”며 “대부분은 연인들은 우리처럼 건전한 사랑을 싹틔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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