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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유혹하는 '포르노 사이트'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12.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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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한모군(21)은 최근 모 게임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이없는 사기를 당했다. 회원 가입을 하면 공짜로 게임머니를 준다는 배너광고를 누른 게 화근이었다. 한군은 밑져야 본전이겠다 싶어 회원에 가입했다. 가입에 필요한 주민번호와 휴대폰 번호 등도 꼼꼼하게 게재했다.

그러나 회원 가입 후 들어간 사이트는 컨텐츠가 거의 없는 사기성 사이트. 한군은 “초기화면에 몰래 카메라를 보여준다는 등의 화려한 광고를 게재해 조금은 기대했는데 실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약속한 사이버 머니가 자신의 계정에 입금됐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한군이 사기당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사이트에 가입한지 한달 정도 지나서다. 휴대폰 요금에 2만9천원의 부가 요금이 첨부돼 있던 것.

“처음에는 많이 황당했어요. 그러나 업무에 착오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에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묵묵부답'이었어요. 많이 답답했죠.”
한군의 말이다. 한군은 할 수 없이 문제의 사이트와 배너 광고를 게재한 게임사에 대해 청와대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군은 “믿을만한 회사였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클릭을 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며 “돈도 돈이지만 저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불매 운동까지도 벌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렇듯 최근 들어 게이머들을 상대로 한 배너광고 사기가 늘고 있다. 한국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이같은 유형의 민원이 10여건에 달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말도 안되는 사기에 대해 게임 업체들이 일정 부분 동조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성인 사이트에 대한 광고 유치가 업계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인 만큼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다. W온라인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이 강력한 광고채널로 각광받으면서 업체들이 지나치게 수익성에만 골몰하는 것 같다”며 “나이 어린 유저가 대부분인 게임 사이트에 아무런 제재없이 자극적인 광고를 내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것이 상반기 NHN, 넷마블, 위즈게이트, 넥슨 등의 업체들이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들의 광고 물량은 1백억원 규모.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매출이 지난해 대비 50%에서 많게는 165%까지 성장했다.

특히 게임 포털 한게임을 서비스 중인 NHN의 경우 올 상반기만 66억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배너광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5억원 대비 165% 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자극적인 성인 광고 유치로 유저들의 적지 않은 원성을 자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기가 드러난 배너광고를 게재<본지 49호 보도>한 사례가 전형적인 사례다. 한게임은 최근 19세 이상 ‘7포커’ 게임에 농도 짙은 광고를 게재, 유저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실제 한게임에 접속해 보면 10여개의 성인 광고가 교대로 등장하는데 광고의 수위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젊은 여성이 속옷만 입고 섹시한 포즈로 누워있는 광고는 기본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화면에는 ‘상큼한 맛을 원한다면 클릭’ ‘저를 가지세요’ 등의 자극적인 문구들이 가득하다.

한게임의 모회사인 NHN도 최근 이같은 광고를 게재, 유저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게임’ ‘만화’ ‘영화’ 등의 인기 검색어를 입력하면 화면 상단에 성인 광고가 뜨는 식으로 광고를 유치한 것. 이 경우 인기 검색어에 광고를 게재하기 때문에 일반 검색어보다 단가가 높다.

직장인 김모씨(41)는 “주말에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같이 고스톱을 칠 때가 있다”며 “툭툭 불거져 나오는 성인광고 때문에 어린 아들 보기가 무안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게임머니 벌기’라는 코너를 통해 성인 사이트에 가입하면 50억원에서 3억원까지의 게임 머니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면 ‘허접’인 사이트가 대부분. 공짜라고 속인 뒤, 가입하면 은근슬쩍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법까지 사용하는 몰지각한 곳도 있다.

K대에 다닌다는 한모군(21)은 “수익을 내기 위해 성인 광고를 유치하는 것은 백번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검증 없이 성인 사이트를 받아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일부의 일을 지나치게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H사의 한 관계자는 “게임 업체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광고를 유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 광고도 자제하는 게 사실이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를 게임 업계 전체의 문제로 호도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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