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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이트 '원조교제'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11.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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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김모(42)씨는 최근 한 커뮤니티 게임 사이트에서 만난 이모(18)양과 흔히 말하는 원조교제를 했다. 적극적으로 대시해오는 이양의 행동이 수상하기는 했지만 “용돈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하고 넘겼다. 오히려 이양과 헤어질 때 약속한 돈 외에 용돈까지 얹어서 보냈다.

얼마 후 이양의 앳된 얼굴이 잊혀지기도 전에 이양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씨는 “이게 웬떡이냐” 싶었다. 내심 또한번의 기회를 생각하며 좋아했다. 그러나 이양의 입에서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원조교제 혐의로 조사를 받게될 것 같다”는 것이다. 김씨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놀랄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김씨는 할 수 없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요구한 이양에게 3백만원을 헌납했다. 그러나 이양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임신했다” “몸보신이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여러차례 돈을 요구했다.

물론 김씨는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았다. 며칠 후 이양은 대담하게 김씨를 만나러 집까지 쳐들어 왔다. 김씨는 결국 “가족들에게 성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3백만원을 추가로 건네줬다.

최근 들어 ‘10대 꽃뱀’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남성들을 유인해 성관계를 가진 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해 돈을 뜯는다. 물론 상당수 꽃뱀들은 돈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일부 악질 꽃뱀에게 걸릴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게 검찰측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지검이 지난해 7월 이후 적발된 원조교제 142건을 분석한 결과 여자가 먼저 원조교제를 제의한 사례가 14.8%나 된다. 이들 중 일부는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 요컨대 윤락 청소년의 형사처벌을 자제해온 점을 악용해 상대 남자들을 상대로 금품을 뜯는 ‘꽃뱀’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

서울지검 소년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원조교제를 미끼로 대담하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대부분 여자쪽에서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원조교제가 아닌 윤락으로 간주해 상대 남자를 불구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뱀이 주로 활동하는 시간은 자정 전후부터 새벽 4시까지. PC방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먹이감이 걸리면 낚아 올린다. 일부 전문 꽃뱀의 경우 아예 PC 및 초고속통신이 완비된 봉천동이나 인사동 인근의 여관에서 사냥을 벌인다.

실제 봉천동 T모텔의 허모(42) 사장은 “여자 혼자 왔다가 돌아가는 손님들이 가끔 있다”며 “이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들어와서는 방안에만 있다가 돌아간다”고 귀띔했다. 물론 미성년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 업소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청소년 성매매범 신상공개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남성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면돌파보다는 ‘유화 작전’을 사용한다. 요컨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한 후 친해지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얼굴이 보고싶다” “한번 만나자” 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법은 고전에 속한다. 필요하다면 밀월여행까지 제안하는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간큰’ 여성들은 계약동거를 미끼로 사냥에 들어가기도 한다.

실제 광주 광산경찰서는 최근 계약동거를 제안한 후 1천5백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강모(2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1달간 계약동거를 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지난 4월부터 4개월 동안 전국 남성으로부터 20∼50만원씩을 뜯었다. ||이전에는 대학생 ‘꽃뱀조직’이 경찰에 붙잡혀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윤락을 연결시키는 알선조와 윤락조, 성관계 후 금품을 빼앗는 협박조 등으로 구분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288명의 남성들을 상대로 430여 차례나 윤락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이 이렇자 게이머들도 ‘불륜 전화’로 불리는 가상전화를 사용하는 등 보호막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050’으로 시작되는 이 가상번호는 회사의 서버와 회원의 번호를 다이렉트로 연결한 게 특징이다. 기존의 휴대폰이나 이메일, 채팅 등은 모두 기록이 남는다. 때문에 추적을 하면 금방 들통이 난다. 그러나 가상번호는 특정 사이트에서 회원에게 무작위로 발급해주는 번호다. 발급 번호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좀처럼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없다.

H대 재학 중이라는 이후석(26)씨는 “요즘은 게임을 하다가 상대방이 전화번호를 요구하면 가상번호를 알려줘야 안심이 된다”며 “친구들도 전화번호를 가르쳐줄 경우가 생기면 가상번호를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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