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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서도 '북한 신드롬'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10.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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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련 아이템을 선보인 업체 중 대표적인 곳이 클릭엔터테인먼트의 ‘고고시’, 퀴즈게임인 ‘퀴즈서당’, 웅진닷컴의 ‘매쓰크래프트’ 등이다. 게임들은 저마다 독특한 아이템을 적용해 게이머들의 시선을 휘어잡고 있다.

가상도시 온라인 게임인 고고시는 최근 ‘북한 응원’ 모드를 게임에 적용했다. 때문에 원한다면 빨간 수건을 목에 두른 북한 학생복이나 북한 응원단이 입고 있는 한복, 한반도기 등을 구입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 있다.

아시안 게임을 겨냥한 통일 응원복도 나왔다. 그러나 통일 응원복은 11월 첫 패치 때 삭제되는 대여용품이다. 고고시의 강기택 팀장은 “시계탑에 모여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통일 응원복을 추가했다”며 “이 옷을 입으면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마법도 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에서 개발한 퀴즈게임인 ‘퀴즈서당’은 현재 북한말 풀기 게임을 운영 중이다. 퀴즈서당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북한말을 우리말로 바꿔 입력하는 일종의 타이핑 게임. 한 문제를 맞출 때마다 휴전선 철조망이 없어진다. 철조망 14개가 모두 없어지면 게임에 승리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경험치와 사이버 머니가 쌓이고 성적에 따라 과거 시험에 응할 수도 있다. 보통 1천 경험치와 사이버머니 5백 정도가 말단 직위인 정9품에 응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1품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3십만 경험치와 사이버머니 7천이 필요하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신분이 아이디 옆에 표시된다.

물론 최종 목표는 임금 혹은 여왕이 되는 것이다. 과거 시험을 통해 최종 합격한 게이머는 임금이란 칭호와 함께 아바타가 입을 옷을 지급 받는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는 컴퓨터 게임들이 자극적인 소재에만 매달려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실력을 겨루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기회를 만들도록 하는 게 이 게임의 개발 목표다”고 말했다.

웅진닷컴이 최근 선보인 북한 수학 풀기게임인 ‘매쓰크래프트’ 역시 톡톡 튀기는 마찬가지다. ‘매쓰크래프트’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수학에 게임을 접목시킨 멀티플레이 수학 게임이다.

게임은 주어진 10개의 문제를 놓고 빨리 버저를 누르는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 스피드 방식과 5개의 북한 수학 문제를 풀어서 한 명씩 떨어뜨리는 ‘서바이벌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학년에 따라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실력을 겨룰 수 있다.

이밖에도 상당수 업체들이 북한 아이템 채택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게임들은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오즈인터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북한 응원단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말풍선에 북한 사투리를 섞는 등 관련 아이템 도입을 검토중이다”며 “그러나 2D 게임과 달리 3D는 고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바타 사업이나 모바일 게임은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상당수 업체들이 북한 응원단이나 응원단이 입을 한복을 도입하는 등 ‘구색 갖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러브스쿨은 최근 북한 미녀 응원단 아바타를 선보였다. 드림위즈도 아바타용 아이템으로 북한미녀응원단 복장을 제작해 현재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생각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 ‘공룡’들이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해 북한 관련 아이템을 속속 토해내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북한 관련 상품이 사업성 면에서 볼 때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LG텔레콤은 최근 북한 관련 아바타 10여종을 도입했다. 귀여운 소녀가 한복을 입고 나와 윙크를 한다. 머리 위에는 “내 폰에 반했습네까? 고롬 나한테 입박치기 해보시라요”라는 깜찍한 말풍선이 달려있다.

이밖에도 개그콘서트에서 강성범, 김지선 커플의 ‘농담도 잘하셔’를 패러디한 ‘농담도 잘하십네다’ 캐릭터, ‘반갑습네다’ 아바타, 한반도 기를 흔드는 응원단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북한 캐릭터가 무더기로 서비스에 도입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LG텔레콤 이열근 대리는 “최근 들어 북한 응원단 캐릭터의 다운 순위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며 “이같은 경우는 6.15 남북공동성언 이후 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KTF도 최근 북측 미녀 응원단 캐릭터를 자사 서비스에 추가했다. 매직엔에 접속해 그림나라를 클릭하면 예쁘장하게 생긴 북한 미녀가 나와 앙증맞은 춤을 추면서 “고조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라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같은 민족의 모습을 지나치게 눈요깃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특히 북에서 넘어온 탈북자들에게 이같은 생각이 더하다. 한 탈북자는 “악의가 없는 것은 알고있지만 북한 응원단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너도나도 상품화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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