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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콕콕 - 야생의 땅 : 듀랑고] 주부 vs 야생, 듀랑고서 펼쳐지는 극한의 생존 드라마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6.04.20 12:19
  • 수정 2016.04.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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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연출력과 게임플레이에 ‘감탄 연발’ 
- 색다른 도전과 한계 극복이 핵심 ‘키워드’

 

평소와는 조금 달랐던 어느 날이다. 주인공은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순간 굉음과 함께 열차가 전복사고를 당한다. 주변을 살피던 주인공은 눈을 의심케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바로 공룡이다. 어떻게든 물건을 집어 공룡과 전투를 치른 뒤 정신을 수습하려 했다. 그런데 뒤이어 굉음과 함께 등장한 그 놈. 티라노사우루스가 열차를 박살내 버린다. 꿈을 꾼 것일까. 정신을 차려 보니 황량한 사막에 혼자 놓여 있다. 자신을 K라고 소개한 여자가 시간의 뒤틀림이 있었고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 바삐 움직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든 북쪽으로 가서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라고만 말한다. 정신 없는 상태로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모험은 막을 오른다.

게임은 비교적 긴 인트로를 거친다. 인트로를 마치고나면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열차에 앉아있던 수 많은 캐릭터 중 주인공을 한 명 선택하는 식이다. 군인, 취업준비생, 승무원 등 독특한 직업을 가진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은 캐릭터 ‘주부’를 선택했다. 대부분 왠만한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직업이지만 ‘주부’라는 직업은 ‘미소녀 연예시뮬레이션’을 제외하고는 쉽게 보기 힘든 직업이 아닌가. 대체 어떤 특성을 갖고 있기에 ‘주부’라는 직업이 있을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초반 게임 플레이를 시작했다.

낯선 땅에서의 모험

 

게임을 시작하면 정체모를 장소가 눈앞에 펼쳐진다. 온통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막 뿐. 낯선 캐릭터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자신을 K라고 밝힌 이 캐릭터는 설명을 이어 나간다. 한마디로 말해 주인공은 이세계에 떨어진 생존자 중 한명이다. 일단 살아남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K의 조언에 따라 안내견과 함께 생존자들을 찾아 나선다. 열심히 길을 따라 가던 도중 커다란 나무가 길을 막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도구를 만들어 부수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다. 주변을 살펴보니 ‘돌멩이’가 눈에 들어온다. 돌맹이를 탭했더니 채집메뉴가 뜨는데 채집하기를 누르자 가방에 돌멩이가 들어 온다. 채집할 때 마다 경험치가 조금씩 쌓이고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레벨이 오른다. 제작 메뉴를 열고 돌날을 선택하니 도구가 완성된다. 이 돌날을 손에 쥐고 나무를 클릭하면 장애물이 해체되는 식이다.

채집 또 채집의 연속

 

초반 ‘야생의 땅 : 듀랑고’플레이는 튜토리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야생의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채집을 하고 생존에 필요한 도구들을 하나 둘 만들어 나가면서 보금자리를 꾸민다. 주변에 보이는 대부분 오브젝트들은 생존에 필요한 자원들과 도구들. 클릭 한두번이면 채집을 할 수 있고, 채집된 요소들을 활용해 다음 도구나 건물들을 짓는데 활용할 수 있다.  초반부에는 모닥불을 피워 체력을 회복하고, 음식을 채집해 먹으며,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을 해결해 나간다. 주부 직업은 요리를 할 때 가중치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 모닥불을 열고 꼬치를 꿰 요리를 하면서 음식 버프를 받을 수 있었다. 북부 지역에 도착하면 이제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첫 시작 지역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보트를 건설해야 하는데, 함께 시작한 동료들과 팀을 이뤄 자원을 채집하고 보트를 만드는 것으로 튜토리얼은 종료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보트를 따고 다른 섬으로 떠나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섬’이 될 활동 무대에 안착하게 된다. 비교적 적은 규모로 섬이 구성돼 있고, 섬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자원을 채집해 나가면서 보금자리를 꾸민다. 처음에는 이파리로 된 임시 거처에서 시작해 점차 울타리를 짓고 경작을 해 보다 상위 재료들을 얻는다. 이렇게 채집과 제작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오르면 다시 더 많은 아이템들을 제작하거나 채집할 수 있다.
비단 건물 뿐만 아니라 무기들도 제작이 가능하다. 속도가 빠른 검류, 한방데미지가 강력한 둔기·도끼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활류 등 세분화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집 근처에 뛰어다니는 공룡들을 사냥하고, 다시 재료와 음식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플레이다.
10레벨을 달성하면서부터 게임 플레이는 조금씩 변한다. 유저는 섬을 탐험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전투기술, 요리 기술, 채집기술 등 다양한 테크트리를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점차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후 근처 유저들과 팀을 이뤄 마을을 만들어 나가면서 성장하게 된다. 리미티드 베타 테스트에서는 테스트가 진행되는 1주일동안 27~28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한국형 서바이벌 MMORPG

 

‘야생의 땅 : 듀랑고’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 유행하는 ‘서바이벌’장르를 국내 개발자들 시각에 맞춰 MMORPG로 개발해 낸 게임처럼 보인다. 게임의 초반부를 굳이 비교하자면 비교적 리얼리티가 강조된 ‘돈 스터브’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대신 ‘돈 스터브’보다는 제작할 요소들이 많고, 숨겨진 요소들은 좀 더 적다. 초반부를 넘기고 나면 게임은 SNG형태로 변모하는데 열심히 채집하고 경작하고 재료를 얻어 또 건물을 올리는 식이다. 원하는 건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시간동안 다시 또 채집을 나서는 식으로 게임 플레이가 반복된다.
중반 이후에는 이제 ‘자원’을 둘러싼 쟁탈전이 펼쳐진다. 좀 더 고급 건물들을 올리기 위해 맵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 다른 섬을 방문해 자원을 채집해야 할 필요도 있다. 자연스럽게 자원을 쟁탈하기 위한 PvP가 펼쳐지고 승리한 사람은 섬에 남고, 패배한 사람은 다른 섬으로 옮겨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식이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이제 다수 섬을 보유한 ‘클랜’끼리 격돌을 하는 구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법이 사라지다

 

‘야생의땅 : 듀랑고’는 프롤로그와 튜토리얼 초반부는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했던 초반 튜토리얼 중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하다. 초반 프롤로그에서 이용한 스토리텔링이 강력한 동기 부여를 주변서 ‘신선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불과 1시간만 지나면 이제 그 마법이 사라지고 일상이 남는다. 주부의 모험을 생각했던 게임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채 같은 패턴으로 이어 나간다.
신기하기만 했던 세상은 점차 익숙해지면서 ‘SNG’나 ‘서바이벌 장르’에서 해왔던 단순 채집과 제작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여러 번 반복하고 나면 이제 ‘할 게 없는 게임’이 돼 버린다. 게임상에서는 다음 목표로 ‘제작할 거리’를 제공하는데 역시 재료 수집과 건설이 반복되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서서히 지쳐간다.
눈을 꼭 감고 ‘재미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면서 7~8레벨을 넘기고, 10레벨만 달면 뭔가 새로운 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채집, 또 채집하지만 10레벨 이후에서도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좀 더 고급재료를 캐기 위해서 레벨을 올리는 게임처럼 보이면서 동기 부여가 사라져 버린다. 초반부에 마법과 같았던 게임은 한숨으로 돌아온다. 문득 ‘노가다를 하기 싫으면 결제를 하세요’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호전적 커뮤니케이션’ 유지해야 성공 가능할 것

 

게임을 개발한 제작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초반부에 열심히 건설하고 생존까지 성공한 다음 이제 유저간 충돌이 일어나면서 경쟁, 발전, 문명의 설립, 전쟁까지 일궈내겠다는 큰 그림이 눈앞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경쟁’단계까지 유저들이 도달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단순히 자원 몇 개 만으로는 이 싸움은 쉽게 발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정착지’가 털리는 수준 까지는 올라서야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같은 장르를 보여준 ‘아키에이지’는 유저들 사이에서 적극적이고 호전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나마 ‘나무서리범’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외부의 적을 경계하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시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 이미 게임은 갈곳을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 북미를 비롯한 해외 서버가 아니라면 국내 서버에서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하기란 극히 힘들다.
결국 ‘반강제적’으로라도 호전적인 싸움이 일어날 변수를 세팅해야 하고, ‘좀도둑’과 같은 직업들을 넣거나, ‘군인’들의 극 초반 퀘스트 중 PvP를 유도하는 퀘스트를 집어넣는 것과 같이 변수들을 삽입해서 초반부 긴장감을 만들어 나가는 상황이 필요해보인다.
이제 아주 조금 남았다. 막바지 작업을 해 내고 나면 ‘야생의 땅 듀랑고’는 국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타이틀이 될 잠재력이 있다. 그 무엇보다도 초반부 ‘반복 스트레스로 인한 위기’를 넘길만한 동기 부여를 선사한다면 필자부터 이 게임을 죽기 살기로 플레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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