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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보고 : '아이템 거래 현장'을 가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9.2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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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부경찰서는 최근 게이머들을 상대로 수천만원대의 아이템 사기를 쳐온 강모(16)군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군은 게임 중독에 빠져 범죄자의 반열에 오른 전형적인 모습. 요컨대 한때 ‘성주’로 군림하며 맹위를 떨쳤지만 결국은 수백명의 선량한 게이머를 울린 범죄자가 됐다는 것.

경찰 조사에서 강군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솔직히 시인했다. 강군은 이 과정에서 놀란만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작업장’으로 통하는 아이템 매매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한 경험까지 털어놓은 것. 경찰에 따르면 강군은 지난해 12월 부산 범일동의 한 아이템 매매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전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돌며 아이템 매매회사에서 일했다. ||아이템 매매회사의 존재가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아이템 매매회사가 부각되긴 했지만 실체는 오리무중이었다. 강군은 경찰에서 “부산에서 자신이 아는 곳만 5곳, 전국에 수백개의 작업장이 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렇듯 ‘돈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직적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최근 추세는 점차 대형화, 전문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이템 거래는 청소년들의 ‘용돈 벌이’ 차원에서 이뤄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템 시장의 규모가 점차 ‘매머드’급으로 성장하면서 군침을 삼키는 곳이 늘고 있다.

‘기업형 매매족’가장 많이 들끓는 곳은 역시 유명게임이다. A게임의 경우 현재 41개의 서버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상당수의 서버에서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2백개가 넘는 성 중에서 50개 이상이 작업원 소유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물론 초장기만 해도 ‘헤이스트’를 걸어주고 돈을 받는 ‘헤이 장사족’이 들끓었다. ‘헤이스트’란 게임 내에서 상대의 캐릭터의 공격과 속도를 높혀주는 마법. 그러나 해당업체가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면서 최근 거의 사라졌다.

‘헤이족’에 이어 나타난 신종 아이템 매매족이 ‘기업형’이다. 이들은 헤이족 이외에는 회사의 제재가 별로 없다는 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아이템을 거래하고 있다. 보통 수십명의 아르바이트를 고용, 앵벌이식으로 사이버 머니를 모은 뒤 되파는 수법으로 이득을 챙긴다.

한 게이머는 “일부 회사는 따로 사무실을 내 영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PC방과 작업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수십명을 거느린 기업답게 작업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요컨대 작업 인원은 크게 아이템 수집조와 매매조로 나눈다. 아이템 수집조는 하루 평균 30∼50만 아데나 정도를 회사에 넘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받는 돈은 숙식 제공을 포함해 월 40∼60만원 선.||아이템 매매조는 수집된 아이템을 현금화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한 게이머에 따르면 1백만 사이버머니가 오프라인에서는 보통 5∼8만원 선에 거래된다. 그러나 작업 사무소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은 인기가 좋다. 사기를 당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게이머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작업장의 아이템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한 아이템 거래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아이템 사업이 꽤 짭짤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너도나도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것. 최근에는 조폭들까지 아이템 사업에 뛰어들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부산 서부경찰서는 10대 청소년에게 게임을 시켰다가 돈을 잃자 폭행을 휘두른 조폭들을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조직의 자금마련을 위해 이같은 일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업장이 활성화되면서 가출 청소년들이 몰리는 등 작업장이 ‘탈선의 장’으로 변질되는 점도 문제다. 일부 업주들의 경우 청소년들을 모집한 뒤 감금한 채로 일을 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보는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명 3D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조직적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그러나 대부분이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터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업형 아이템 매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진 B사는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다. 제재의 필요성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실태 조사가 힘들기 때문이다. B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형 매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당분간은 조치를 취하기가 힘든 상황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노동력 착취 사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경찰과 공조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청소년 문제의 경우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경찰과 공조해 조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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