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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주웠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6.07.25 20:06
  • 수정 2016.07.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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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주웠다. 누구거지? 나도 모르는 순간 손에 들려 있다. 누군지 몰라도 무척 급한 모양이다. 부재중 전화가 10여통. 주인을 찾아 줄 생각이다. 통화 목록을 보면 분명히 지인이 있을 것이다. 아뿔싸.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별 수 없나. 일단 전화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 뭔가 전화 벨이 올린 듯 했다. 깜짝놀라 받으려 했지만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 문자가 몇 통이나 날아온다. 뭔가 급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본의 아니게 문자 메시지를 본다. 핸드폰 주인은 지인들에게 며칠 동안 연락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뿔사. 나쁜 예감이 든다. 어쩌면 납치일지도 모른다. 일단 긴급전화 버튼을 누르고 112를 눌렀다. 익숙한 수화기음. 딸깍. 그런데 수신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정체불명의 사나이는 국가 안보를 위해 협조를 요한다고 한다. 핸드폰 주인은 테러리스트 용의자로, 그가 왜 테러리스트인지 또 언제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알아 내라는 주문을 한다. 대체 핸드폰 주인은 또 누굴까. 무슨 이유에서 나를 협박하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속에 핸드폰 하나로 그 모든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레플리카'는 일종의 퍼즐 게임이다. 가상의 핸드폰을 구현해 놓고 그 안에서 습득할 수 있는 '개인정보'들을 해킹해 나가면서 주어진 질문에 해답을 해 나가는 게임이다. 핸드폰 주인의 SNS, 사진, 문자 메시지, 음악 파일 등 모든 단서들을 기반으로 해답을 향해 추리를 해 나가게 된다.

개발자인 소미는 아웃 오브 인덱스 컨퍼런스를 통해 "게임 같지 않은 게임을 만드는게 목표였다"며 "핸드폰 인터페이스를 만든 다음에 게임 소재를 붙여 넣어 완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게임은 '남의 핸드폰'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에 과격한 시나리오를 덧입혀 탄생햇다. 한 영화에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모티브로 삼아 '일반인들의 폭력', '미필적고의에 의한 폭력'을 녹이는데 주력했다.

아웃 오브 인덱스 운영진 김종화 씨는 이 게임을 두고 "페이퍼 플리즈의 압박감과 씁쓸함이 연상되는 게임"이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게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한편, 과거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났음직한 일을 현실로 옮긴 것이 인상적이다.

'레플리카'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분히 괴팍하고 비현실적인 문법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게임이 주는 창작의 자유'라는 점을 납득한다면 이 게임이 주는 감정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첫 화면을 이렇게 뚫어져라 본 적이 있을까. 그리고 그 수 많은 고민 끝에 하나씩 해답을 찾아 나가는 재미는, 게임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해 낸 것으로 보인다. 본의아니게 특정 사람에게 전화를 하면 순식간에 스포일러를 당하고 게임이 끝이 나는 상황이 오기도 하고, 개인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가 있었다면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편,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개발자 소미의 신작 '레플리카'는 스팀 다운로드페이지(http://store.steampowered.com/app/496890/?snr=1_7_15__13)에서 3,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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