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 오락실 밀집지역을 가다
현장르포 - 오락실 밀집지역을 가다
  • 이석 프리랜서
  • 승인 2002.09.1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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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경마 게임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운영돼 왔다. 요컨대 과천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경마 경주를 사이버 공간에서 재현, 배팅을 할 수 있게 만든 것. 물론 현금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머니를 통해서만 배팅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종 모의 경마의 경우 상황이 딴판이다. 게임기 한 대당 1억원이 넘기 때문에 실감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배당금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 게임 수준을 넘어 도박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실제 지난 8월 31일 새벽 2시, 신림사거리 인근의 한 오락실.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이 오락을 하고 있고, 다른쪽에 성인들이 경마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을 열자 메케한 담배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각 좌석의 모니터에는 경주마의 승률, 몸상태 등을 꼼꼼하게 분석한 자료들이 나열돼 있었다. 게이머들은 나름대로 준비한 분석 자료와 경주마들의 메디컬 상태를 참조해 배팅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순서에 따라 12마리의 모형 경주마가 결승선에 도달했다. 결과는 천차만별. 대박을 터트렸는지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도 보였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오락실측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로얄에스코트’라 불리는 이 게임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좌석 수에 따라 신형과 구형으로 나눠진다. 좌석 6개가 구형이고, 12개인 것이 신형이다. 게임은 1천원당 20개의 칩을 바꿔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업체측은 일체의 경품이나 사행심을 자극할만한 물건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S오락실의 한 관계자는 “1억원이란 거금을 들여 일본에서 게임기를 들여왔기 때문에 본전을 뽑기 위해 경품이나 현금을 배당할 생각을 했었지만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입장은 다르다. 상당수 오락실이 경품을 제공하는 등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방범지도계에 따르면 최근 종로3가, 퇴계로, 강남 등 오락실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모의경마 게임기인 ‘로얄에스코트Ⅱ’를 이용해 불법 영업을 벌인 오락실 16개를 단속했다. 경찰은 이들 업소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업주는 형사처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획득한 점수에 따라 적게는 수천원에서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주는 등 불법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청 방범지도계의 하상구 계장은 “얼마전 강남에 위치한 한 오락실을 단속한 적이 있는데 금고를 열자 수백장의 문화 상품권과 돈다발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로얄에스코트’를 일본에서 들여올 때는 단순 오락용으로 신고한다. 그러나 한국에 들여와서는 불법 도박에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 계장은 “막대한 배당을 지급해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며 “단순 오락용으로 사용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범지도계의 또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모의 경마는 강남 등 서울 중심가보다는 변두리에서 더 성행하고 있다. 이운선 경사는 “‘로얄에스코트Ⅱ’의 경우 부피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주로 상계동이나 신림동 등 외곽지역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종로나 강남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서는 운영비조차 빠지지 않는다는 것.

상황이 이렇자 경찰 단속을 피해 인천이나 안산 등 수도권 지역으로 피신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법적인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관악구청 인근의 한 오락실은 아예 입구가 연결돼 있었다. 때문에 원할 경우 언제든 자리에 앉아 위험천만한 게임을 벌일 수 있다.

실제 이곳에서 만난 고등학생 김모(18)군은 “친구들이랑 자리에 앉아 구경을 했는데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며 “그때 돈만 있었다면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물론 업소측은 “그럴 리가 없다”고 강변한다. 신림동 S오락실의 한 관계자는 “현금을 배당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행성 게임이다”며 “평소 청소년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도록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마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오락실도 4:6의 비율로 성인 게임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영업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청소년에게 사행성 게임을 제공했을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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