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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게임 '춘추 전국 시대'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8.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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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게임 웹진에 들어갔다가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처음으로 성인 게임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일본판 ‘야게임’이 성인 게임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템의 다양한 성인 게임이 구비돼 있었다. 야하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독특한 매력이 특히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는 요즘 틈나는 대로 성인 게임을 즐긴다. 최근에는 여자친구와 같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종전의 성인 게임은 일본에서 넘어온 탓인지 재미보다는 ‘벗기기’ 등에 의존했던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게임 시장이 변하고 있다. 성인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며 새로운 게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 레이스 전문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프로거 성인판’이 대표적인 예. 이 게임은 술과 여자를 피해 아내에게 달려가는 이색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방향키를 사용해 집에 무사히 도착하면 아내는 하나씩 옷을 벗는다.
게임 아이템은 80년대 아케이드 시장을 점령했던 ‘프로거’에서 따왔다. 개구리가 찻길을 건너 집(프로그 홀)으로 들어가는 내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게임이다. 당시 10여개 이상 유사 게임이 만들어졌을 정도. 프로거 성인판은 이 게임을 기반으로 최근 한 게임 제작사에서 선보여 성인들 사이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성인 게임의 고전에 속하는 고스톱이나 복권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됐다. 성인 게임웹진 ‘야게임스닷넷’이 최근 선보인 ‘벗기기 고스톱’이나 ‘벗기기 복권’ 등이 그것. ‘벗기기 고스톱’은 기존 게임에 캐릭터 벗기기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에 참가한 후 이기면 상대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을 하나씩 벗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계속 승리하면 겉옷에 이어 상의, 하의, 브래지어 순으로 옷을 벗는다. 회사측은 실감나는 화면을 위해 5명의 실제 여자모델을 동원해 옷을 벗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고스톱 게임으로 번 돈은 복권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도 기발한 착상이 돋보인다. 기존의 즉석 복권에 성인 아이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복권에 당첨되면 금액에 따라 ‘고걸 캐릭터’가 옷을 벗는다. 당첨금이 많을수록 허물을 벗는 수는 더욱 늘어난다.
야게임스닷넷을 운영중인 좋은파트너 홍명구 대표는 “성인들을 위한 괜찮은 게임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벗기는 고스톱을 서비스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조만간 성인용 화상 포카나 스트립 훌라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에이도스사가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피어 이펙트2’는 톡톡 튄다기보다는 전형적인 성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43년 홍콩이 배경이다. 유전적 질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간 혼란한 상황에서 인류 생존을 위해 저명한 과학자로부터 DNA를 받아내는 게 이 게임의 미션. 이 과정에서 각종 첨단 무기들이 총 동원돼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지나친 폭력성과 성적 표현력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육감적인 육체를 지닌 킬러를 비롯해 ‘쭉쭉빵빵’ 미녀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홍보용으로 제작한 게임 포스터가 잡지사로부터 게재 거부를 당했을 정도다.

이밖에도 ‘팬티 레이더’ 시리즈, ‘판타스마고리아’ 등도 성인게임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성인용 게임이 온라인 게임 사전심의로 위축된 시장에 단비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를 강화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개발사들이 초조해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성인용 게임은 개발사들의 운신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고 귀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시장은 그동안 청소년들의 입맛에 좌우됐다. 모든 게임이 청소년의 눈높이게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인들의 게임 참여가 급상승하고 있다. PC방에서 나이 지긋한 중년들을 보는 게 새로운 사실이 아니게 됐다. 성인용 게임 산업이 업계에 ‘대박’을 안겨줄 수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성인용 게임 개발을 ‘선포’, 개발에 뛰어든 업체가 늘고 있다. <미르의 전설>로 유명한 액토즈소프트는 오는 9월부터 성인용 RPG게임 ‘A3’을 서비스한다는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개발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게임은 성인용인 만큼 에로틱한 캐릭터나 분위기 연출에 최선을 다했다. 지난 2년간 50억원이나 쏟아 붓는 등 실감나는 게임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액토즈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성인 게임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인 것 같다”며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권력을 둘러싸고 암투를 벌이는 게 이 게임의 줄거리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RPG게임을 운영 중인 W사, H사, N사 등도 성인용 게임 개발을 고려중이거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지나친 확산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청소년에 대한 성인용 게임의 무분별한 노출이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성인용이라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청소년들도 쉽게 입수할 수 있다”며 “게임 발매 후에도 청소년들을 위한 제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며 업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일 어린이 전문 웹사이트 ‘쥬니버’가 13세 이하 어린이 5천6백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들어 성인콘텐츠를 접했다고 답한 어린이가 28.2%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4%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상승세다. 일본판 성인게임의 확산도 여전히 걱정거리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 문화 3차 개방 등의 여파로 어린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본산 성인 게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게임의 경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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