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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벤처 기업과 프로야구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6.12.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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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 관련 글을 보던 중 우연히 ‘KT 위즈’ 팀에 새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를 읽게 됐다. 새로 부임한 감독의 이야기로 보기에는 어색하게 코치들에게 ‘선수들에게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라는 주문을 했다는 기사였다.
우리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혹은 ‘선배가 후배에게’, ‘대표이사가 부하직원에게’ 무언가 가르치려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 문화에서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는 무척 신선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런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를 그 뒤의 내용까지 보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억지로 주입해서 가르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관계성을 가지고 선수가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오도록 도와주어야 발전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보통의 기업에 일반화해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반적인 기업은 안정적인 생산과 관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해진 메뉴얼이 필요하고, 구성원의 일부가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품질의 동일한 생산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통상 이야기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조직인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통의 기업에 적용되지 않는 프로야구 팀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런 특성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벤처 기업의 이야기로 바꾸면 많은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팀과 벤처 기업이 가지는 가장 큰 공통점은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기억하는 스타 선수들은 그 자리에 일반적인 선수로 바꾸어서는 원래 팀의 성적을 만들 수 없다. 류현진, 이승엽, 이대호 같은 선수의 자리에 일반적인 신인 선수로 머리수를 채운다고 해서 팀이 동일한 성적을 낼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벤처기업에서 중요한 개발자 혹은 임원, 팀장 등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면 그 회사는 전혀 다른 회사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대략 5년 정도를 투자사에서 일하면서 많은 대표이사들이 벤처 기업을 일반적인 기업의 특성으로 착각하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성원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 대표이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다는 논리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통의 기업에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벤처 기업이라고 불리는 모험 기업은 구성원이 자신이 시스템의 일부라고 느끼는 순간 그 성장 동력을 잃는다. 자신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것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일할 벤처 기업 종사자는 없다. 일반적인 기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으나, 그런 것에 만족하려했다면 안정적인 일반 기업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일했을 것이다. 안정 지향이 나쁜 것은 아니나 벤처 기업의 속성과는 맞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게임을 만드는 기업은 벤처기업이다.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물론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겠지만, 통상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초기 기업이 시스템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벤처기업의 생태계에 있는 필자가 일하고 있는 벤처 투자 분야, 벤처 기업과 코웍 하는 기업의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벤처 기업의 일을 하면서, 구성원의 역량이 중요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구성원을 무시하고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은 감독의 말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고교 야구팀으로 프로 야구팀과 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발상이다. 벤처기업과 일반기업은 아예 종목이 다르다. 속된 말로 노는 물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많은 벤처 기업 대표이사들이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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