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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출신 사업가, 캐럿게임즈 김미선 대표 '스타트업 이렇게 준비하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6.12.08 21:12
  • 수정 2016.12.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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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국국제게임개발자컨퍼런스(KGC2016) 강연이었다. 그 보다는 살풀이 한판을 보는 듯 했다. 20분이라는 시간이 상당히 부족한 듯 빠른 말로 수 많은 단어들을 쏟아 내는데 가슴 절절한 단어 들이 어딘가를 후벼 판다. 단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무려 9페이지가 넘는 텍스트가 쏟아 졌다.

 

 

'사업은 디버깅 하는것과 같아요'라는 말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한 캐럿게임즈 김미선 대표의 강연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만한 강연인 듯 하다. 그의 강연을 글로 옮겨 봤다.

 

김미선 대표는 15년차 프로그래머이자 CEO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근무를 한 경력이 있다. 그러던 김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외주팀을 운영하다가 2015년 7월에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발부받고 1년 6개월동안 CEO로서 삶을 살았다. 짧은 기간 이었지만 산전 수전을 다 겪은 듯 했다.

김 대표는 "법망을 피해서 7억짜리 정도 규모의 외주를 저렴하게 현금으로 3억 5천 정도로 진행하다가 세금계산서를 때려 맞았습니다"라며 "뭘 모르면 이렇게 당하는 구나 싶어 그 때 부터 죽어라 공부했고, 혹시 다른 분들도 이런 경우를 당하시지 않을까 싶어 이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요즘 어딘가의 사정 마냥 김 대표가 누군가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면 좀 더 이슈가 됐을까. 황당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실은 김 대표가 지금까지 CEO로 살아오면서 공부해왔던 내용들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 대표는 자본금 1억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함께한 멤버들 모두 '흙수저'인 관계로 '배를 째고' 시작했다는 과격한 워딩을 했다. 기술보증기금을 비롯 다양한 경로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그는 '이 돈으로 얼마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각오가 된 사람들이 사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아이템이 제일 중요합니다. 회사 때려치고 싶어서 한다거나, 의기 투합해서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정확한 아이템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MMORPG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앞서 외주 작업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괜찮은 퀄리티를 뽑아 낸 과정을 거쳐보면서 이 분야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각종 지표 사이트를 드나들며 시장 조사를 하는 등 사전 준비도 함께 했다. ‘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다.

“아이템을 정했다면 이제 판매할 경로를 찾아야겠죠. 게임은 ‘아이템 판매’나 ‘판권 수익(라이센스’ 수익, 외주 세가지로 보통 나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쉬웠던 것이 외주입니다. 하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은 다른쪽이 더 높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외주를 뛰면서 기업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세팅이 됐다면 이제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다. 일반적으로 개발자 출신 CEO들이 영상이나 서류만으로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은 자사의 투자 가치를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직접 프로토타입을 들고 설명하면서 찾아 다녀도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소위 ‘베팅금액’도 다르다고 한다. 이렇게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돈이 필요할때다. ‘투자자’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들과 이야기할때는 상환전환우선주(이익이 났을 때 당기 순이익 중 몇 % 정도를 주주들에게 우선 배당하지만 경영권 참여는 없고, 추후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형태)가 주를 이룹니다. 또, LP(책임소재 범위가 제한적인 파트너로 돈을 주고 위임하는 형태)나 GP(적극적으로 경영권에 참가하는 방식)와 같이 경영권에 관여할 수 있는 소지의 요소들은 반드시 파악을 해둬야 합니다”

 



그는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회사의 소유주가 곧 주주이기 때문에 이들을 결정하는 ‘주식’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법상 이 지분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CEO는 이를 절대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같이 지분 51%가 넘어가는 순간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 외에도 1%단위로 지분이 오갈 때 마다 복잡한 일들이 늘어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실질적인 투자 기회를 확보하게 되면 소위 ‘베팅 금액’을 이야기 해야 할 때입니다. 1차 시드는 20억에서 50억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다음 단계인 시리즈A펀딩이나 시리즈B펀딩은 그 이후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 금액들을 사전에 알고 이야기하는지, 그렇지 않고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심하게 됩니다. 또 경제학적인 용어들을 이야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커다란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이 외에도 재무재표, 대차대조표, 세무, 법무 등과 관련돼 깨알같은 조언을 이어 나갔다. 그는 이 같은 강연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는데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들은 없고 발품을 팔면서 겨우겨우 물어가면서 배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창업”이라며 “누구나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저처럼 고생하지 마시라고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끝으로 “CEO는 외로운 직업입니다. 18년동안 함께 일을 한 동료가 지금 공동창업자지만 가끔 그와도 마음아 안맞는 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 바닥에 정답은 없죠. 대신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질문하고 조언을 구하는 길 만이 남아 있습니다. 언제나 선택은 CEO의 몫이니까요. 본인 결정에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정말 외롭습니다. 그러나 그 고생을 끝내고 나면 그 만한 보상은 뒤따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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