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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I·P 보호와 분쟁 체크리스트]‘표현’과 ‘아이디어’의 모호한 경계를 찾아라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6.12.12 11:35
  • 수정 2016.12.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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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상표권에서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쟁점’ 변화
- 해외도 I·P 보호 강화 추세, 국내 업계 ‘예방’ 필요

2017년 게임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는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이다.
넥슨, 넷마블게임즈 등 대형게임사부터 인디게임사들까지 인기 I·P를 활용해 게임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포켓몬고’의 영향으로 I·P가 가진 파급력이 향후 문화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게임사들도 잇따라 I·P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자체 I·P를 생산,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I·P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은 때론 과열된 양상으로 나타나 법적인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인기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법적인 분쟁을 야기하는 사례들이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 ‘리니지’나 ‘미르의 전설’ 등 인기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이 이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고 있다.
한 전문가는 “I·P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기업이 잘 숙지하고 활용해야한다”면서 “기존 사례들을 거울삼아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14년 킹닷컴은 ‘포레스트매니아’의 저작권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를 서울지방법원에 제소했다. 법원은 ‘아이디어’는 보호되지 않고 ‘표현’도 유사하지 않아 저작권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킹닷컴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I·P 분쟁에서 최초로 승소한 원고가 됐다. 완벽한 저작권침해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요소를 고려했을 때 모방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부정경쟁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법이 바로 ‘부정경쟁방지법’이다.

저작권침해 증명의 ‘한계’

전통적인 I·P 분쟁에서는 저작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표현’과 ‘아이디어’를 구분한다. 독창적인 그래픽, 캐릭터 등은 ‘표현’ 항목으로 구분돼 저작권 보호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게임 규칙과 방식 등은 ‘아이디어’로 구분돼 게임 표현의 한계성을 이유로 제외된다. 실제로 표현의 독창성과 유사성을 입증해 저작권침해를 인정받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2002년 CCR은 소프트닉스 ‘건바운드’가 자사의 ‘포트리스 2’와 규칙 및 진행방식 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아이디어’를 제외한 ‘표현’의 독창성과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2005년에 진행된 허드슨 ‘봄버맨’과 넥슨 ‘크레이지 아케이드’간의 소송도 같은 이유로 원고인 허드슨이 패소했다.
그나마 외부 판권을 활용한 게임은 계약서를 통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계약서에 적힌 판권 사용 기간과 함께 판권 허용 지역, 게임 개발 플랫폼, 2차적 저작물의 저작권자 등이 근거로 사용된다. 과거 만화 ‘리니지’의 원작자인 신일숙 작가는 엔씨소프트가 자신과 합의 없이 캐릭터 사용권을 주장했다며 원작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고 해석해 2차 저작물에 관한 권리를 인정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신일숙 작가의 원작권을 인정해 10억 원에 저작권을 양도받았다.
 

 


무형 자산에 대한 평가가 ‘쟁점’

2009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3’ 개발팀이 블루홀 '테라' 개발팀으로 이동하자 블루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에서 전 '리니지3' 개발팀 소속원들 일부의 유출혐의를 확인했고, 해당 인원들에게는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됐다. 이후 전 '리니지3' 개발팀원들은 모두 블루홀을 떠났다. 게임업계에 ‘부정경쟁방지법’이 처음 등장한 사건이었다.
현재 I·P 분쟁이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부정경쟁방지법’이 손꼽힌다. 실제로 ‘킹닷컴’ 판결 이후, 최근 게임 저작권 관련 소송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모두 포함돼있다. 가장 주목할 조항은 ‘킹닷컴’ 소송에 등장한 ‘제 2조 1항 차목’이다. 2014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 이 조항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침해를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출시 시기 등을 비교해 일정부분 유사하다고 판단되면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 내 그래픽, 세계관, 아이템, 수치 데이터 등 세부적인 항목을 문제 삼는 I·P 분쟁의 숫자가 최근 증가했다. 법무법인 다빈치의 정준모 변호사는 “앞으로 게임 I·P 분쟁에서는 저작권과 상표권뿐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과 민법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예방’이 최우선 과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 변화는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 그리는 DeNA의 낚시게임이 자사게임의 인터페이스와 게임 규칙 등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2심에서는 패소했으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두 게임의 유사성을 인정했다. 최근 중국의 상해법원 또한 중국게임 ‘기적신화’가 웹젠 ‘뮤 온라인’ 저작권을 무단 사용했다고 판결했다. 해외 법원들이 I·P 분쟁에서 저작권침해를 인정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향후 해외 업체와의 저작권 분쟁 또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I·P 분쟁은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누구든 저작권을 침해할 수도, 침해당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분쟁 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예방’하는 것이 I·P분쟁을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철저한 주의와 대비가 요구된다.

I·P 분쟁 예방 체크리스트(※법무법인 다빈치 제공)

분쟁 예방과 해결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게임 I·P 분쟁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증명하기 위한 아래의 자료들을 사전에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게임의 개발 경위 및 개발 이력
● 국내 및 해외에 유사한 타 게임의 존재 여부
● 게임물 등급심의 및 게임설명서(게임물관리위원회 최초 심의 및 내용수정심의)
● 유저 반응 및 온라인 댓글
● 언론기사, 언론 인터뷰 및 보도자료
● 원작자와의 계약관계
● 소송 전 내용증명 발송 및 협상 내역
● 상표권, 저작권 등록문제
● 개발자, 게임기획자, 디자이너 등 개발팀의 이전 경력 및 포트폴리오
● 게임의 유사성 및 차이점을 기록한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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