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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게임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 소성렬
  • 입력 2002.07.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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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게임의 시장 규모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지난 2000년 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천5백30억달러였다. 그중 아케이드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9백82억달러로 전체 시장 규모 중 60%에 달했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도 같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발간한 ‘200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아케이드게임시장의 규모는 매출액 5천1백2십9억1천9백만원으로 전체 시장 규모 중 61.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덩치가 큰 시장 파이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시장 전체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지난 1월 21일 오후 2시. 서울 장충공원 앞에는 비가오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천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게임제공업자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외치는 시위를 했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가 준비한 대정부 규탄시위였다. 이날 진행된 시위는 아케이드게임산업이 얼마나 큰 위기에 빠져 있는지 잘 보여줬다. 이들이 시위에서 주장한 내용은 “문화관광부와 그 산하 하급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주장하는 재등급분류미필 게임물 1천51종의 게임물을 정부안대로 폐기할 경우 약 4천8백억의 재산피해를 입게된다”며 “이는 결국 게임장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케이드게임산업 전체가 흔들려 생존권을 박탈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케이드게임의 3대축은 개발사, 유통사, 게임장이다. 이중의 게임장 영업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발전의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광주에 올라와 집회에 참여한 한 게임장 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시장침체에 빠져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아케이드게임 산업을 정부의 졸속 정책이 망치고 있다”며 “왜 이렇게 서민들만 힘들게 하는지 정부 당국에 묻고 싶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게임장을 경영하고 있는 점주들뿐만이 아니다. 국내 유수의 아케이드게임 개발사로 알려진 A업체의 김모 기획 이사는 “내수 시장의 활성화 없이는 시장의 침체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며 “아무리 좋은 기획으로 유저들이 즐길만한 게임을 출시한다해도 포장도 뜯지 않은채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경우가 점차 늘고있는 추세다”며 시장을 죽이려고 하는 요즘 정부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케이드게임기기의 메카로 불리우고 있는 서울 을지로 소재 대림·청계상가에서 유통관련 업무를 10년째하고 있다는 제일전자 김대종(43) 사장도 “어렵다 어렵다 해도 지금처럼 힘들어 본적은 없었다”면서 “지금 상가 전체 분위기는 멀지않아 대림·청계상가 전체가 폐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쌓여 있다”며 상가의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관련 전문가들은 아케이드게임 시장이 이처럼 무너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PC·온라인게임의 가파른 성장을 들고 있다. 아케이드게임 밖에 없던 시대상황과는 달리 PC·온라인게임의 등장은 게임장의 유저를 PC방으로 끌어들였고 유저를 빼앗긴 게임장은 침체일로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아케이드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관련자들은 문화관광부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자하는 게임산업의 진흥,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의 진입 관련 정책 등이 PC·온라인게임쪽에 치중돼 있고 아케이드게임은 게임산업 활성화 정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국게임제작협회의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정책 활성화라는 취지로 문화관광부 산하 재단법인 게임산업개발원이 출범했지만 아케이드게임 보다는 PC·온라인게임 활성화 정책에 맞는 지원이 이뤄지는 등 편파적인 정부의 시각이 지금처럼 최악의 사태를 몰고 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진정으로 아케이드게임 산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시장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는 등 시장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금의 위기는 아케이드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관련자들이 자처한 일이기도 하다며 무조건 떠넘기기식 책임회피도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게임관련 전문가는 “지난 99년말부터 뮤직·댄스 시뮬레이션 게임열풍을 타고 전국에 우후죽순격으로 문을 연 게임장들도 불황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실제로 댄스게임 열풍으로 게임장이 돈을 번다는 소문이 나자 게임장을 오픈 하는 수치가 급증, 전국에 1만 2천여개 되던 게임장이 2만5천개로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는 등 제살 깍아 먹기식 과당경쟁이 게임장 불황을 초래한 것을 관과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게임컨설팅 한 관계자도 “점주들이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지 않는 한 게임장 불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면서 점주들의 영업마인드가 지금의 불황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케이드게임은 그 특성상 사용자의 작동에 정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고 PC용게임보다 높은 그래픽을 보여야 하지만 현재 국내 게임 시장 상황은 그러한 게임물을 기획하거나 제작할 만한 여력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생산·유통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불법적으로 제조·유통되는 게임물이 아직도 상당 수 있고 상당히 복잡한 고급 기술이 필요한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계어, 어셈블리어의 구사와 논리회로의 설계, 구성 등의 능력을 가진 인력이 아케이드게임 업체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높다.||현재 국내에 아케이드게임 개발 및 제조·유통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안다미로, 어뮤즈월드, 이오리스, 지씨텍 등 약 1백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게임기기의 개발 출시를 포기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개발을 한다해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비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네트워크의 구현이 가능한 아케이드게임으로 정면 승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실크로드(대표 김동현)와 F2시스템(박성규)이 화제의 업체. 디지털실크로도의 김동현 사장은 최근 본지에 ‘네크워크 아케이드게임의 시대는 시작 되었다’는 컬럼을 통해 “게임은 게임이다. 절대 현실과 같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 다가서서 흉내낼 수 있는 게임이 있다. PC·온라인게임은 힘들다. 네트워크 아케이드게임은 현실에 다다른 종착역이다”라는 말로 네트워크 아케이드게임이 상용화 됐을 경우 시장의 파괴력은 무한 할 것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케이드게임 개발 전문 업체 F2시스템의 박성규 사장도 “이미 3년전부터 네트워크 아케이드게임기 개발에 착수했다”며 “빠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서 F2시스템이 개발한 네크워크 아케이드게임기기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많은 게임관련 전문가들은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게임장간의 아케이드게임의 네트워크화를 추진하는 방법과 업계에서 네트워크 아케이드게임기기를 개발 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게임장간의 네트워크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2년전부터 그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은 한국게임제작협회의 김정률회장이다. 김회장은 “현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이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했던 이유는 네크워크화에 있었다”면서 “아케이드게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게임장간의 네트워크화를 주장하게 됐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다행히 국민의 정부는 세계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문화산업을 새천년 한국을 선도하는 주요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취지 하에 문화관광부 내에 ‘게임음반과’를 신설하는 등 게임산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아케이드게임산업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아케이드게임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중장기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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