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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고 있는 게임 사이트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7.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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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김모(29)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우연히 들어간 한 게임 웹진이 포르노 사이트로 둔갑해 있는 것.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게임 정보를 얻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던 김씨로써는 황당할 따름이다.
김씨는 무료로 제공되는 사진을 몇 장 둘러보고는 곧바로 사이트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또다시 김씨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히스토리 파일에 남아있던 주소에 접속한 여자친구가 자신의 행적(?)을 따지기 시작한 것. 여자친구는 다짜고짜 자신을 저질로 몰아세웠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화를 내며 오빠가 이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냐”며 따지는 통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렇듯 최근 들어 게임 도메인의 ‘포르노화’ 현상이 심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게임 사이트나 관련 웹진에 접속하는 게이머들의 오타를 노려 접속을 유도한다. 요컨대 도메인 중 ‘a’자를 빠트리면 곧바로 포르노 사이트로 접속하는 방식이다. 일부 성인 사이트의 경우 아예 게임 웹진으로 사용되던 도메인을 인수, 컨텐츠만 바꿔 운영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게이머 ×××’. 국내 최초로 온라인 게임 매거진 서비스를 실시했던 이곳은 최근 포르노 사이트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서비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곳은 각종 게임 잡지에 ‘추천 사이트’에 링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경영 악화가 가속화되면서 성인 사이트에 팔린 것.
문제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도메인은 예전 그대로지만 게임 관련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임 정보가 있던 자리에는 몰카나 패티시, 성인 만화 등 보기에도 민망한 음란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이트 하단에는 유명 쇼핑몰이 제공하는 상품 리스트가 펼쳐져 있었다.
회사측에 따르면 계속되는 불황으로 회사를 더 이상 웹진을 운영해 나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지난해 5월 사이트를 폐쇄하고 도메인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적당한 인수자가 없어 성인 사이트에 매각된 것.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 조회수가 10만건이 넘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며 “나중에는 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해줄 수 있는 사람만 나타나면 공짜로 넘길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유명 게임 웹진의 도메인을 흉내낸 포르노 사이트도 있다. 게임 개발사인 M사가 운영하는 웹진을 본딴 ‘게임××’이 그것. 이 사이트의 경우 실시간 게임뉴스와 다양한 게임정보, 게임 프리뷰 및 리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게임 포털 사이트. 하루 접속하는 인원만 수십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 사이트의 경우 도메인 이름 뒤에 ‘co.kr’ 대신 ‘com’을 입력하면 곧바로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된다.
이로 인해 겪은 난처한 사례도 알려진다. 여자친구에게 게임을 가르쳐주기 위해 게임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곤욕을 치른 이모(30)씨가 대표적인 예. 이씨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 게임 정보 사이트였던 이곳이 포르노 사이트로 둔갑해 있었다. 알고 보니 이씨는 co.kr 대신 com을 입력한 것. 이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아무생각 없이 도메인을 입력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게임 사이트를 가장한 포르노 사이트의 난립에 대해 수사기관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위 사이트의 경우 도메인에 ‘게임’이 들어가기 때문에 누가 봐도 음란사이트임을 눈치챌 수 없다.
자녀들의 탈선을 감시하는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히스토리 파일에 남아있는 주소록을 훑어보면서도 포르노 사이트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자녀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음란물 차단프로그램도 이 사이트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서도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웹진을 가장한 포르노사이트의 위해성을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서경대 정영화 교수는 “게임 사이트로 둔갑한 음란 사이트의 경우 부모들의 눈을 피해 청소년들을 유혹하기 안성맞춤이다”며 “때문에 수사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관련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이 없어 뭐라 말할 수는 없다”며 “만약 성인 사이트가 건전 사이트로 위장해 서비스하는 행위가 드러날 경우 도메인을 회수하고 사이트를 폐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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