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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더듀]흑과 백, 그리고 투명이 빚어내는 퍼즐게임의 하모니
안일범 기자  |  nant@kh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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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7.04.21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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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함정 활용한 퍼즐 배치와 레벨 디자인에 감탄
- 영화 대본을 보는듯한 시나리오 전개가 단점 메워

지난 4월 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료 차트에 돌연 ‘더 듀’라는 타이틀이 등장한다. 등장하자마자 탑10 차트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무섭게 성장한다. 유저들의 평가를 보면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드러난다. ‘멋진 시나리오’, ‘재미있는 퍼즐’, ‘난이도가 좀 높으니 힌트를 주세요’와 같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하나같이 게임을 플레이 해 본 이들이 시스템과 시나리오를 분석하거나 소감을 밝히는 등 진정한 평가의 장이 열린다. 최근 구글플레이 평가 시스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이런 평가가 댓글로 달리는 것일까. 호기심을 풀기위해게임을 확인해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한 방울, 두 방울 하늘에서 물이 떨어진다. 어느 새 수많은 물들이 비가 돼 지면을 두들긴다. 한 방울 이슬일 뿐인 주인공에게 비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그나마 가끔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벤트’쯤으로 돼 보이는 듯하다. 주인공의 이름은 18호. 18번째 만들어진 이슬이라는 뜻일까. 18호는 어느 날 17호를 만난다. 이슬들이 사는 성소를 벗어나 외부로 다녀온 유일한 인물. 그는 밖에서 어떤 것을 본 걸까. 또 성소는 대체 뭘 하는 곳일까. 여러 가지 의문을 숨긴채 ‘더 듀’의 막이 오른다.

흑과 백의 조화가 만들어낸 기막힌 퍼즐
‘더 듀’는 ‘이슬’이 자아를 찾아 가는 여정을 담은 퍼즐게임이다. 처음에는 ‘슬라임’처럼 생긴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나리오가 진행된다. 도입부에서는 RPG게임을 연상케 하는데 일단 게임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퍼즐 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게임 상에서 주인공인 ‘이슬’은 평소에는 투명한데 게임 상에서 검은색 이슬을 만나면 검은색 이슬로 바뀐다. 이 상황에서 흰색 이슬을 만나면 다시 투명한 이슬로 변화한다. 여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한 이슬이어야 한다. 그런데 맵을 통과할 때 검은색 이슬이 하나 더 많다거나, 흰색 이슬이 하나 더 많은 지역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게다가 특정 지역은 반드시 검은 이슬만 통과할 수 있거나, 흰색 이슬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각 이슬들이 진영을 짜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커진다. 맵 전체가 이동한다거나, 이슬이 한쪽방향으로만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규칙들이 더해져 게임은 퍼즐게임으로서의 재미를 가진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빚어내는 몰입감
이렇게 한 퍼즐을 끝내면 조금씩 시나리오가 전개되면서 그 다음 이야기가 나타나는 구조를 보인다. 게임 속에서는 철저히 짜여진 기승전걸 사이클 안에 고뇌하는 주인공이 주옥같은 대사들을 내 뱉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간결한 어법으로 툭툭 던지듯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 사이에 뼈가 숨어 있다. ‘17호의 정체’, ‘성소의 비밀’, ‘흑백 전쟁’, ‘0호’ 등과 같은 키워드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또 사라지면서 힘 있는 시나리오가 전개 된다. 그렇다 보니 주인공의 이야기가 궁금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조작법이 변하면서 게임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기도 하고, 캐릭터가 말을 듣지 않는 등 최적화가 되지 않은 부분들이 드러난다. 흑과 백, 투명 물방울만으로 그려진 세상도 단조로운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시나리오가 커버하면서 게임은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다.

‘꿈’찾아 게임 개발한 학생들
이처럼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 낸 ZZICON팀은 강원대학교 문예창작과 소속 4학년 학생들이 뜻을 모아 만든 팀이다. 이들은 모두 글을 쓰는 멤버들로 제대로 된 게임 개발 경험은 전무했다. 그렇다 보니 게임을 개발하면서 지식을 쌓아 나가는 과정을 병행했다. 전체 완성까지는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프로젝트 기획을 담당한 윤성배 씨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했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며 “개발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 만큼 재미도 있어 즐겁게 게임을 개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더 듀’라는 게임도 이들의 독특한 상황 때문에 나오게 된 게임이다. 복잡한 게임을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흑과 백 정도를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게임을 찾다가 탄생하게 된 게 ‘더 듀’라고 한다. 정작 게임 상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는 시나리오는 그 후에 붙여진 것이라는 후문이다.
 

   
 

더 발전하는 게임으로 다시 찾아올 것
‘더 듀’는 등장이후 1천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중이다. 프로 개발팀들도 쉽지 않은 고지에 아마추어들이 올라간 셈이다. 그렇다 보니 차기작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윤성배 기획자는 “‘더 듀’를 개발하면서 사실 더 좋은 요소들도 많았지만 개발역량이 부족해 구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라며 “개발 공부를 더 해서 1년 쯤 뒤에 더 재미있는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뮬레이션 장르를 개발하고자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프린세스메이커’를 연상케 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저희가 4학년 멤버들이거든요. 이제 취직이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조금 힘든 면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인디게임 개발자로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더 좋은 게임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더 듀’는 얼핏 보기에는 형편없어 보이는 타이틀이다. 오직 흑백에 RPG쯔꾸르에서나 본 듯한 디자인은 어쩌면 유저들이 실망하기 딱 좋은 요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것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화려한 외향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요즘 세상에서‘게임’이라는 것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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