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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팅' 게임사이트로 파고 든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7.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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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22)양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장난삼아 노예팅에 참석했다가 톡톡한 대가를 치른 것. 한 게임사이트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노예팅에 참가한 것이 문제의 화근이었다. 8만원에 자신을 낙찰 받았다는 한 게이머가 집요하게 자신을 물고 늘어진것.
이양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대방은 “8만원 줄테니 만나자” “안 만나면 계약 위반이다” 등의 말로 자신을 조여왔다.
이양은 할 수 없이 위약금으로 8만원을 주는 선에서 합의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머리털이 곤두선다는 그녀는 “장난 삼아 해본 것인데 그렇게 집요하게 달려들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을 통해 ‘노예팅’이 새로운 ‘문화코드’로 등장했다. 노예팅이란 한때 대학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미팅 게임. 게임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맘에 드는 사람을 돈으로 사 주인행세를 하는 게 이 게임의 방식이다. 경매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경매팅’으로도 불린다.
최근 노예팅을 해봤다는 이모(29)씨는 “경매를 통해 노예를 낙찰받을 경우 정해진 시간 동안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며 “바로 이 점에 매료돼 노예팅을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종류도 다양하다. 게임 사이트나 게시판에 가능한 낙찰 금액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두고 가장 많은 액수를 제시한 사람에게 연락처를 공개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 질이 좀 떨어지는 노예의 경우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음담패설 등을 늘어놓은 것은 기본이다.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이나 도구는 총동원된다.
요컨대 “나 오늘 한가해요” “저를 가지세요” 등의 글로 상대방의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이렇게 해도 거래되는 경매가는 5∼8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품 노예의 경우 경매가가 수십만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일부 게이머들은 아예 스스로 노예들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실제 한 RPG게임에 들어가 보면 ‘능력있는 노예 모십니다’ ‘성실한 노예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자주 접한다. ID를 아예 ‘노예사랑’ ‘노예구함 5만원’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남을 학대하거나 학대받으면서 성욕을 채우는 변태성욕자(SM)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된 데다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이 접촉하기 때문이다.
채팅 사이트로 옮겨 실시간으로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경찰의 레이더에 잡힐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어지간히 간 큰 사람이 아니고서는 시도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안전한 거래를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노예팅이 성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예팅을 두고 보다 강한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과 용돈을 벌려는 젊은 여성들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윈윈전략’으로 분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노예를 낙찰 받은 사람들은 일정 기간 동안 상대방에게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 노예가 된 사람들은 주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게 이 게임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을 명시한 계약서도 있다. 이 문서를 보면 계약 내용을 어길 경우 몇 배에 달하는 돈으로 보상한다는 구체적 내용까지 명시돼 있다. 현대판 노비문서인 셈이다.
물론 노예가 된 사람들도 손해는 아니다.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띠는 사실은 노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노예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놀림만 당하고 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 경매팅을 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민원이 늘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경찰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여러건. 경매에 낙찰된 후 노예로 실컷 부려먹다가 돈도 안주고 튄다는 게 이 민원의 요지다.
물론 경찰도 위법 사실이 적발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한 관계자는 “매춘을 목표로 돈을 지급할 경우 현행법상 위법이 되지만 나머지는 법적 처벌 기준이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청소년들마저 이같은 노예팅에 공공연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노예팅이 원조교제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조사가 시급한 형편이다. 서울YMCA의 한 관계자는 “노예팅을 통한 성관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만큼 원조교제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보호가 시급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은 완강히 부인한다. 자신을 ‘가출한 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고생은 “용돈을 벌기 위해 노예팅을 하지만 성관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예팅을 통한 원조교제 위험성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사이버감시단의 박해원 간사는 “게임이나 음란대화방 등을 통해 어린이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부모가 먼저 자녀의 주변환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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