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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석조저택 살인사건과 이와 손톱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7.05.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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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시사회를 통해 ‘석조저택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이다. 우리는 보통 서스펜스와 스릴러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는 이 두 단어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서스펜스는 관객이 등장인물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가지게 되는 긴장감이라면 스릴러는 관객이 등장인물보다 적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가지게 되는 긴장감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살인 용의자의 집에 몰래 숨어든 경우 어디에서 용의자가 나타날지 몰라서 가지게 되는 긴장감이 스릴러라면, 벽 뒤에 숨어서 칼을 들고 있는 용의자가 화면에 보이고 형사가 모르고 그 쪽으로 접근하는 상황에서 가지게 되는 긴장감은 서스펜스이다. 이 두 요소가 잘 배치되면 좋은 서스펜스 스릴러 이야기가 된다.
이 영화는 원래 ‘이와 손톱’이라는 제목으로 1955년 유명한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인 빌 밸린저가 발표한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처음 출판 당시 책의 뒷부분을 봉인한 다음 봉인을 개봉하지 않고 가져오는 독자에게 환불해주는 마케팅 방법을 사용했을 만큼 그 결말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시체가 없는 살인 사건에 대한 법정 스릴러와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한 남자의 복수극이 교차 편집을 통해 전개되다가 결말에서 교묘하게 연결되는 연출은 결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
필자가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한편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이다. 앞서 언급한 ‘이와 손톱’의 마케팅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도 많은 웹툰이나 웹소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조금씩 연재를 진행하면서 뒷부분이 궁금한 유저에게 유료 결재를 유도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취미로 쓴 웹소설 혹은 웹툰이 대박나서 직장을 관두고 전업 작가로 전향한 작가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야기의 힘이 그런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요즘 I·P(지적재산권) 게임 적지 않게 출시되고 있다. 이런 저작권의 힘은 기본적으로 인지도의 힘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이야기의 힘이다. 게임은 다른 문화 콘텐츠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으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콘텐츠라는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야기가 메인이 되는 RPG같은 장르도 있겠으나, 그런 장르가 아니더라도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나 설정, 세계관 등은 캐릭터를 훨씬 입체적으로 만들어 유저가 캐릭터에 더 잘 몰입하도록 만든다.
최근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게임들에서 이런 중요한 이야기가 소홀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중요하지 않고, 유저가 외면한다는 이유로 구색용으로 만들어진 배경 스토리는 더욱 유저에게 외면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를 중심으로 게임 원작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는 성공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부가 수익을 포기하고 가는 것과 같다. 또한 몰입감이 높은 이야기는 유저의 재방문을 높여 기대 수익을 높여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충실한 이야기의 힘으로 높은 몰입감을 가지는 게임이 시장에 많이 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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