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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 칼럼]리니지의 ‘천하통일’이 불편한 이유

중앙대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7.08.28 16:10
  • 수정 2017.08.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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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

가히 ‘리니지에 의한 천하통일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올 연말까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6,700억 원의 매출을,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5,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니지’라는 단일 I·P의 매출이 1조 2천억 원을 넘었으니 대단한 게임이기는 하다.

‘브라보! 리니지!’

하지만 이런 ‘리니지’의 독무대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998년 도쿄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일 때 지도교수와 함께 일본 콘솔 산업 분석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지도교수였던 신타쿠 준지로 교수는 콘솔게임의 대기업 집중화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대기업 매출 집중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게임의 시리즈화’였다. 게임의 시리즈화란 ‘파이널 판타지4’, ‘파이널 판타지 5’ 등 동일 유명 게임이 시리즈로 개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시장의 경우 1995년을 기점으로 게임의 시리즈화 경향이 가속화돼 1998년에는 그 지수가 0.8까지 상승하고 있었다. 지수가 0.8이라는 것은 단일 게임에 비해 시리즈 게임의 매출이 80%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7년에는 시리즈 게임의 판매가 전체 게임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산업이 이렇게 되면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을 선택하지 않고 기존의 익숙한 게임을 선택하며, 개발자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그 연구는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콘솔게임은 벤처기업이 주도하는 시대에서 자원공유, 대량광고, 시리즈화를 무기로 하는 대기업 주도의 시대로 이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콘솔산업에서는 소수의 인원에서 시작해 대성공을 거둔다는 신화적 영웅담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영웅담은 작별을 고해야 할 지 모른다. 신규 참여가 곤란하고 대기업의 시리즈화된 작품만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참신한 개인의 도전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연구는 일본 영화산업이 몰락한 이유로 대규모 영화사에 의한 시리즈화와 대량 광고를 배경으로 한 과점화를 지목했다. 일본의 콘솔 산업도 영화산업의 전철을 밟을 지 모른다는 경고였다.
놀랍게도 이런 경고는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 게임산업에서는 온라인게임이라는 혁신이 일어나 한국이 글로벌 리더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본의 콘솔게임은 이러한 혁신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했다.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을 석권한 것은 한국의 게임이었다.

신타쿠 교수팀의 연구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한국 게임산업은 당시의 일본과 너무도 유사하다. 어휘를 콘솔 게임에서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으로만 바꾸면 ‘대기업 집중화, 시리즈화, 대량광고’라는 키워드는 한국 게임 산업의 현실을 너무도 정확하게 재단한다.

모바일게임에서는 유저의 단 4.7% 만이 게임에서 결제한다. 리니지라는 블랙홀이 이 4.7%의 유저를 빨아들이는 현실에서 중소개발사들은 더더욱 새로운 시도라는 ‘자살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의 개발사들이 무너지는 와중에 중국 게임들이 밀려들고 있다.
한국의 게임 산업이 20년 전 일본 콘솔 산업과 동일한 전철을 밟고 있다면, 과연 신타쿠 교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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