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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인간의 기계화 그리고 기계의 인간화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7.09.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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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대학에서 게임기획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기획관련 강의를 맡아 출강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한다는 것은 무척 두근두근하는 경험이다. 물론 필자가 대학에 과목을 맡아 출강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고, 특강 형식의 강의는 이미 여러 번 경험이 있다.

다만, 이번 경험이 특별한 이유는 예전 출강은 약 10년 전으로 필자의 능력이 무척 부족했던 시기였고, 그 이후 강의는 기획 실무에 대한 강의보다는 투자에 관한 강의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이전 보다 더 나은 기획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시작한 몇 번의 수업 경험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를 말하자면 학생들의 콘텐츠에 대한 기본 이해 수준이 기대와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게임 스토리를 쓰고 싶다고 이야기한 학생은,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조차 읽어본 적이 없었고, 무협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무협 RPG를 기획할 것처럼 이야기한 학생은 1갑자가 60년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삼국지를 정독해본 친구는 내 강의를 듣는 수십 명 중에 한손으로 꼽을 수준이고, 게임 내 재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었다. 기독교 문화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조차 대부분 부족했다.

모든 게임 제작자가 이런 내용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 기획을 전공하는 학생들임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학생들 중 상당수는 무척 우수한 학생들이였다. 실무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곧 제작 현장에 투입돼도 한 사람 몫의 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학생들도 제법 보였다.

다만, 너무 실무 위주의 교육들이 학생들을 다분히 기계적인 실무자로 육성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기계의 부속품처럼 전체 제작 팀에 소속돼 맡은 업무는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 예상되지만, 그 학생이 팀장이 되고, PD가 돼 획기적이거나 창의적인 게임을 기획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게임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이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는 것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필자는 지난 번 칼럼에서 스스로 언어를 만들어 사용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사람은 점점 기계화되고, 기계는 점점 사람화 돼가고 있다. 지금처럼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대학에서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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